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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05 620회 0건
미로-미로-



내가 그녀를 사랑했던 감정을 표현하라면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어도, 굳이 표현을 하자면, 내 맘에 꼭 드는 마이크로 로봇이라고 하고 싶다. 입학 때부터 누가 권한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마이크로 로봇 동아리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정신을 쏙 빼앗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배들이 날밤을 새워가며, 만든 로봇이 숨을 죽이며,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기대치를 넘어서면서 미로를 헤쳐 나갈 때의 흥분은 가히 섹스를 방불케 했었다. 예상되는 미로의 퇴로를 계산했음에도 기어이 벽을 툭툭 때리며, 이동에 실패하다가 코너에서 결국에는 배터리의 축전량을 소모하고, 장렬한 최후를 마치는 모습에서 나는 사정의 긴 여운을 맛 보았다고 한다면, 내가 너무 변태적인 사람일까? 나는 마이크로 로봇에 임하는 사람들의 심정에서 마지막 종착점을 점령했을 때의 감정은 바로 섹스 후에 느끼는 만족감 같은 거라고 믿어왔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누구처럼 당구장에서 죽발 때리지도 못했고, 진저리 나도록 나이트에 출근부 도장도 못 찍어 보았으며, 젊음을 미끼로, 사정없이 둘러대는 노는, 유부녀나 미끈한 여학생 보지들에게 좇물 마사지도 해 준 적이 없지만, 나는 미로를 찾아 나가는 마이크로 로봇의 완성을 위해서 불철주야 매달렸던 나의 그 당시, 짧긴 했지만 그 시간들에 대해서 한치도 후회는 없었다. 사실 로봇의 제작에 들어가는 노고에 대해서는 이미 그 세계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겠으나, 무진장한 과정이 숨어 있음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그저, 미로 찾기 경주에 나와, 에러로 인해 퇴장하는 팀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혀나 차면 그 뿐 이었고….그러나, 우리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1밀리의 전쟁이라고 항상 불려 왔다. 로봇을 구상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들을 괴롭히면서 따라다니는 것이 있는데, 예를 들자면, 그것은 언제나 1밀리 그램을 넘나들게 되는 추가 로봇무게가 가져다 주는 1밀리 암페아의 전력 소모량과의 싸움이 그것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몸가꾸기 라고 불렀다. 처음부터 제대로 측정되고, 예상되지 못한 체중은 결국 시합조차 불가능하게 만드는 권투선수의 계체량과 흡사 했으니 말이다. 궁극적으로 미로를 헤쳐나가 원하는 목적지에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내달아야 하는 로봇의 제작 목적은 변함이 없었지만, 그 와중에 우리들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다크호스들은 언제나 있어왔다. 섹스가 그렇듯이, 계획에 없는 섹스는 흥분의 고조가 남다르고, 그 재미가 쏠쏠할지는 몰라도 언제나 그 끝은 예측하기가 어려웠고, 그때 그때 다른 양상으로 말미암아, 우리들은 섹스조차 로봇과 영판 같다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우리는 로봇의 제작에 앞서서 적어도 수백 개는 제작하고도 남을 시간을 시뮬레이션과 부품의 성능 실험, 어셈블러의 코딩에 소모했었다. 장착된 부품들을 빠른 시간 안에 작동 시키기에는 기계어만큼 빠른 것이 있을 수 없었지만, 누구도 처음 들이대는 이빨에 기계어로 직접 프로그래밍을 하려고 달려드는 또라이는 없었다. 게다가 새로이 입학하는 후배들은 C에 강한 아그들이 대부분이라, C로 프로그램 된 것을 어셈블화 하여 기계어로 포팅 하는 작업은 언제나 많은 시간을 요했다. 선배들이 남겨놓은 발자취를 고마워 하며, 많은 부분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도 있었지만, 랭귀지의 필요성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화두였다. EPROM에다 새로이 추가된 부분을 마스킹 해 넣는 동안, 작업실은 언제나 쥐 죽은 듯이 고요해지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 였을까? 나는 그 이유를 나와 한 팀으로 오랜 시간 동안 작업을 해온 상열이 형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형, 어째 사람들이 말을 끊는다고 생각해여?’



‘글쎄? 언제나 새로운 것은 기능의 혁신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 아닐까? 안 그러니? 윤혜야?’



나와 CC로 알려진 윤혜가 대답했다.



‘맞아여, 형도 그랬잖수? 디버깅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눈 꾹 감고 질러본다고…..’



상열이 형은 로봇제작에 있어서 동아리의 전통을 이어받아, 이름 그대로 계승발전 시키는 유력한 우승후보 였다. 수업 시간 이외에 형이 하는 일은, 언제나 청계천과 용산 전자상가, 혹은 일본 잡지를 뒤져가며, 로봇 제작에 필요한 신 부품이 나왔는가를 살피는 일이었다. 아이디어의 싸움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급선무 였으며, 우리들에게 절실한 문제는 다소 비용이 쎄다고 할지라도, 체중을 감량시킬 수 있으며, 전력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부품이 있다면 소라도 팔아 치워야 할 심정이었다. 우리들을 가장 난감하게 만드는 것은, 로봇의 기능을 높이기 위해 부품의 장착이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구동력에 장애요소로 전력 소모의 가중치가 다가왔고, 기능을 축소하자니, 제때에 테이프를 끊으면서 시간을 줄일 수 없었다. 이 모순된 영역에서 우리는 타협이라는 과정을 거쳐 적당선을 끌어 내야만 했고, 그 결론을 아주 유효적절 하게 마무리 짓는 것으로 상열이 형을 따라갈 사람은 없었다.



‘아그들아, 지난 해 우승팀인 번개호, 너그들도 알지?’



‘예, 그런데여?’



‘갸들이 사용했던 주무기가 뭐였냐?’



‘선회곡선 주행이랑, 반사파의 반응시간 단축, 고감도 자일로그 센서…. 뭐 그런 거 잖아여?’



‘그러니, 맨날 대회에 나가면 깨지지. 제일로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허냐?’



‘형, 그건 미로의 학습기능이 아닐까여?’



‘맞아 역시,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윤혜가 역시 보는 눈이 다르구만. 준태야, 좀 보고 배워라. 배우기 힘들면 좀 적든가…..맞단 말이지. 번개호는 다른 로봇이랑 비교해서 별로 다를 바 없이 보여도, 그 안에 감추어진 기능 중에서 뛰어난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미로에 대한 학습기능을 꼽을 수 있어. 센서가 받아들이는 명암을 이용해서 자신이 왔던 미로를 기억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메모리 내에 미로의 맵핑을 구현하면서, 돌아가야 할 퇴로를 적절히 계산하고, 더 나아가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전력의 소모량을 계산하며, 결승점으로 골인하는 그 기능 말이야. 예술이지.’



‘뭐가여?’



윤혜에 대한 상열이 형의 부추킴에 내가 발끈하고 물었다.



‘준태 너는 잘 몰라도 이건 섹스랑 결부 지은 다면 좀 쌩뚱 맞을는지는 몰라도, 그 기능이 섹스랑 교묘하게 닮아 있단 말이지. 섹스를 남녀가 같이 하는 와중에, 자신만 좋자고 둘러대다간 피 보기 십상 이거덩, 자신의 상대가 지금 오르가즘의 제 갈 길을 가고 있는지, 아니면 불감증의 퇴로에 갇히고 있는지, 재빨리 알아차려서, 자신의 사정과 상대의 오르가즘의 패턴을 유효 적절하게 일치시키는 것과 비슷하단 말이쥐, 내 말은….. 게다가 반복되는 미로는 섹스의 경험과도 유사성이 있거덩. 한번 해 본 놈이랑, 주구장창 둘러댄 놈이랑 물건 휘두르는 폼새가 같을 수 있남? 다 그로 인해 얻어진 경륜과 테크닉에 의해, 다음 번 만나는 상대는 대번에 뻑이 가게 한다 이거지. 이해가 가냐?.....쯧쯧….. 어려서 너그들 이야 뭘 알겠냐?’



항상 세 사람의 회의에는 섹스에 대한 얘기가 결부되곤 했는데, 과 친구들은 그게 다 재미 따까리 없는 로봇 제작에 흥미가 떨어질까 봐, 선배쩍 부텀 내려오는 18번 타령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는, 얼굴을 붉혀 가며 야릇한 상상을 하던 버릇을 애써 지워 버리곤 했다. 그 당시, 우리들의 관심사는 미로주행에 없어서는 안될 저전력 소모형 스테핑 모터를 찾는 일과 회전 토크를 줄이면서 직선이 아닌 선회 주행을 위한 감지센서와 프로그램과의 조화를 위해 대갈빡을 굴리는 일이 과정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Flesh Memory가 범용화 되어서, 버그가 발견되어도 일일이 칩을 버리고, 개중에 가격이 저렴한 EPROM에 다시 마스킹을 해야 하는 불편이 없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질 않았다. 만일 대회에 출전해서 시운전을 하다가 잘못되는 날에는 오도가도 못하고 기권을 하는 일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로봇을 제작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았지만, 우리들에게는 그에 더하여, 추가 보조 장비에 들어가는 금액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었다. 그나마, 공과대에서 오실로스코우프를 빌려다 쓸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하기도 했다. 우리의 작업실은 언제나 동아리 사람들로 붐볐지만, 최종적인 조립에 앞서서 데이터 케이블로 연결한 상태에서 운행 상태를 시뮬레이션 할 때는 사람들도 빠져나가 버려 조용하기만 했다. 상열이 형은 모자라는 추가 부품을 구하러 돌아다니기에 바빴고, 다른 출전 팀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 언제나 실제 작동에 대한 디버깅을 할 때는 작업실에 윤혜와 나, 둘이 남겨지는 일이 많았다.



‘윤혜야, 출출 한데, 라면이나 하나 때리고 오자.’



‘그냥 컵우동 어때? 나갔다 오려면 아까 보아 두었던 프로세스 부분 소스검토 다 다시 해야 하는데, 그게 장난이 아니거덩. 니가 좀 사와. 물은 내가 끓여 놓을께.’



‘오케바리!’



나는 매점으로 달려가 윤혜가 좋아하는 컵라면 우동을 두개 사 들고 들어왔다. 윤혜는 우리가 이번에 시도하기로 한 급선회 주행과 미로 학습기능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머리를 짜내는 중이었다. 무게의 한계로 인해 보다 많은 센서를 달아주고, 보다 정확한 정보를 모으기에는 적정선을 끊어야 했는데, 상열이 형이 아니고 서는 그 데이터의 효율성에 칼질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동아리 내에 아무도 없었기에, 우리 두 사람은 이제까지 해오던 작업을 검토만 할 뿐이었다.



‘형은 언제 오려나? 눈도 올 것 같은데…..’



‘곧 오겠지. 너 아까 부품 리스트 가진 거 있지?’



‘그건 왜?’



‘아무래도 우리가 쓸데 없는 부분에서, 별 필요도 없는 데이터를 줏어 모으는 것 같아서 말이야. 한 개라도 줄이면서 프로그램 효율에 이득을 준다면 한번 해볼 만 하잖아?’



‘상열이 형이 와서, 왜 이렇게 해 놓았느냐고 혼나면 어떡할래?’



‘괜찮아, 준태야, 내가 누구냐? 어셈블러의 여왕 아니겠니? 그 해당 센서를 떼지 말고, 프로그램 안에서 없는 것처럼 그 감지 데이터만 골라서 루프백을 시키면 돼지, 뭘 그리 놀라나?’



윤혜가 안경을 치켜 세우며, 먹던 우동도 옆으로 치워 놓은 채, 프로그램을 고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조립과 구조 담당인 나는 내부의 프로그램 구동 메커니즘과는 상관 없이, 외형적으로 미로와의 충격에 견딜 수 있는 구조와 더불어, 고속 선회시, 원심력에 의해 떨리거나, 자칫 무게 중심의 이탈로 쓰러지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는 바퀴의 마찰력 계산 부분만을 신경 쓰면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의 가장 큰 임무는 필요 부품간의 연결과 구조를 어떻게 하면 근소한 체중증가를 유지하면서 완성하느냐에 있었기에, 나 스스로도 나의 작업에 자부심이 있기는 했다.



‘또 그런다!’



윤혜가 그렇게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할일 없이 빈둥대는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윤혜의 등 뒤에 바짝 붙어서 작업을 봐주는 척 하면서, 목 사이로 손을 집어 넣어, 아담한 윤혜의 젖을 주무르는 것이었다.



‘자꾸 그렇게 젖꼭지를 건드리니까 집중이 안 되잖아? 너 상열이 형한테 일러준다?’



‘일러!, 일러 봐. 어디 교내가 다 아는 CC인데, 상열이 형이라고 뭐라 할 수 있어? 입맛만 쩍쩍 다시는 거지, 안 그래? 히히…..정말 감촉 좋다.’



‘너 손은 씻고 만지는 거니?’



‘거럼. 아까 우동 사오면서 비누로 박박 문질러 닦았쥐. 내가 누군데?’



‘내가 기가 막혀서, 염불은 딴 전이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더니만…..’



‘잿밥이 어때서? 아니 보살님들의 시주 없이 사찰이 융성할 수 있나 말이야!’



‘째진 입이라고…. 아흑..아흑.. 그렇게 젖꼭지를 비트니까…. 다리가 재근거려 오줌쌀 거 같아…. 고만 쫌 하지?’



‘고렇게는 못허지. 이게 얼마만의 기회인데….’



나는 그래도 두 눈을 부릅뜨고 호흡이 가빠지는 윤혜의 귓볼을 자근자근 씹기 시작했다. 그녀가 목을 움츠리며, 어깨와 쇄골을 가로지르는 소름의 여파로, 얼굴마저 제대로 펴질 못하고 있었다. 이빨로 물어대던 귓밥을 이제는 혀로 쓸어대기 시작하자, 윤혜는 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그 하얗고 길고 긴 목선을 정면으로 드러냈다. 손에 들고 있던 프로그램의 플로우 챠트 용지가 스르륵 바닥으로 떨어지고,



‘문 잠그고 와.’



그녀와의 밀회는 언제나처럼 동아리 방을 잠그는 것으로 시작 되었고, 나는 문을 잠그면서 음흉한 미소와 함께 청바지를 끄르고 있었다.



‘얼마나 이 순간이 다시 오기를 기둘리고 있었는데……’



나는 바지를 내리기 무섭게, 팬티 속에서 요동 치고 있는 내 똘똘이를 와락 밖으로 꺼내 놓았다. 그녀는 의자를 내 쪽으로 틀어, 내가 선 자세를 흩트리지 않도록, 한 손은 내 좇을 붙들고, 다른 한 팔은 나의 엉덩이 뒤쪽을 휘감았다. 그리고, 올려다 보면서,



‘다음 번엔 여기서 안돼, 알았쥐?’



‘거럼, 기깔난 장소로 모시쥐. 걱정 붙들어 매셔.’



그건 뻥이었다. 고작 해봐야 학생증, 혹은 전자 계산기나 맡기고 묵을 수 있는 학교 주변의 싸구려 여인숙에 데려갈 처지밖에 못 되면서도 나는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두 사람이 고즈넉한 시간에 남겨지게 된, 동아리 방의 분위기는 그 어느 호화스러운 호텔에 비길 것이 아니었다.



‘아,…….음……. 좋아……..아! 끝내준다…..으으’



‘쩝쩝….. 쭈욱쭉, 쭉쭉.. 조용히 좀 해, 누가 문밖에서 들을라!’



‘들으면 또 어떠냐? 라면 먹는 줄 알겠지. 자 그렇다면, 이제 국물 맛 끝내주게 보여 주지.’



나는 그녀의 입 속에다 펌핑을 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전염병처럼 번지던 퇴페 이발소의 오랄 서비스 아가씨를 대하던 것처럼, 나는 그녀의 입 속에 허릿짓을 하면서도, 손을 그녀의 옷 안으로 찔러 넣어, 윤혜의 젖을 탐색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웁…웁……욱…..욱……..음…..쭙쭙…짭짭……..뽕!’



언제나 윤혜는 내가 사정한 좇물을 다 마시고는, 맛있다는 듯이 손가락을 입에서 뽑는 것 처럼 뽕 하는 소리를 내곤 했다.



‘읏, 차거!’



너무 오래 기다렸었는지, 윤혜의 입 안에서 빠져 나온 내 좇대가리는, 여적 쏘아댈 좇물이 남았던지, 찍 하며, 윤혜의 얼굴로 마지막 장타를 날렸다. 안경을 위시해서 이마와 눈썹에 번진 나의 좇물 자욱.



‘똑똑똑! 누구야, 사람도 안 들어 왔는데 잠그고…..똑똑! 안에 누구 있냐?’



급한 성격의 상열이 형은 문을 두드릴 때도 남달랐다. 나는 급한 김에 부리나케 바지를 치켜 올리며, 문을 열었다.



‘형 왔수? 오늘은 빨리 왔네?’



‘안에서 뭐 하다가 문을 이렇게 늦게 열어?’



‘요즈음 동아리 방에서 취식 금지라고, 수위 아쟈씨가 눈에 불을 켜고, 그 전기 곤로 찾아 다니잖우? 그래서 그것 쫌 숨기려고 했는데……’



‘그랬냐?’



상열이 형이 윤혜의 그럴싸한 변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윤혜를 마주보며, 상열이 형의 뒤에 서 있었는데,



‘안경에 뭘 묻히고 다니냐?’



하면서 상열이 형은 윤혜의 안경을 번개같이 벗기더니만,



‘무슨 국물이 여기까지 튀도록 맛있게 먹었다니?’



‘네, 저, 그게여….’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윤혜를 바라다 보지도 않고서, 형은 안경에 입김을 쐬다가니,



‘입김 가지고는 안되겠다. 이럴 땐 침이 제격이지.’



하면서 안경위로 튄 나의 좇물 방울을 혀로 쓱 핥아 올렸다. 그리고서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옷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안경을 기어이 닦고 말았다. 뻘쭘해진 나와 윤혜의 표정을 알아 차렸는지 어쩐지는 몰라도, 윤혜의 얼굴에 안경을 다시 씌워주면서,



‘우리 어셈블러의 여왕님 시야를 막아서는 게 있어서 되겠나, 안 그러냐?’



‘그,그, 그럼여.’



나는 마지못해 대답하고 있었고, 머쓱하기는 나나 윤혜나 마찬가지 였다. 그 날 밤, 우리 세 사람은 형이 밖에서 들고 들어온 다른 출전 팀들의 비장의 무기들에 대한 검토를 해가며, 마지막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형의 집착은 대단했으며, 새벽이 거의 다 되어서 파 곤죽이 되어가는 나와 윤혜와는 달리, 계속해서 로봇의 시뮬레이션에 매달리고 있는 모습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담배를 피우며,



‘윤혜야, 정말 탄복스럽단 말이야.’



‘뭐가여?’



‘아무리 아이디어의 싸움이라지만, 다른 학교 아그들 똘팍도 정말 끝내준다. 꼭 그거 같애. 내 좇이 최곤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지 보다 대대한 말좇도 있고, 돈까지 쳐들여 해바라기에, 다마까지 해다 박는 것들까지 나와서리, 여자들 뻑 가게 하려는 당사자의 안면에 직격타를 날려대는 폼새가 말이지.’



‘형은 또 그 놈의 EDPS야?’



‘이 로봇이란 게, 보면 볼수록 그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어. 그게 매력, 아니겠니? 참, 거기 있는 데이터 케이블 쫌 줘 봐라. 아까부텀 자꾸 뭔가 지체되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지.’



작업대의 건너편에 놓여 있던 데이터 케이블을 집으려고 윤혜가 의자에서 일어나 작업대에 엎드려 팔을 뻗고는 있었지만, 좀처럼 작업대를 돌아가지 않고서는 닿을 것 같질 않았다. 나는 때마침 밀려 오는 졸음을 참을 수 없어,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 졸고 있었는데, 윤혜의 의자가 덜그럭거리는 소리에 실눈을 빼꼼히 뜨고 있었다.



‘아흑…..’



작업대에 거의 엎드린 자세를 취하고 있는 윤혜의 동그란 히프의 곡선이 불빛에 반사되고 있었고, 그 사이로 손 하나가 윤혜의 엉덩이 중심을 가르고 있는 재봉선에 멈추는 것이 보였다. 그 손은 주저함도 없이 허리에서부터 보지 안쪽으로 내려져 있는 바지의 중심 재봉선을 따라 거침없이 훑어 내려가는 중이었다. 두 사람의 소근거림은 그때부터 였다.



‘형, 준태 깨여. 그만…..’



‘괜찮아, 저 자식, 지금 엎어가도 모른 다니깐. 그건 그렇고, 너 아까 준태 꺼 빨고 있었지? 뒤처리나 잘하지, 어찌 그렇게 안경까지 좇물이 튀고…… 하여튼 버벅대기는……준태 저 자식도 정신 차리려면 한참 있어야 되겠다.’



‘아흑….나 여기서 이러면 곤란한데…..’



‘곤란하긴…… 다 수가 있지. 이리 와 봐. 어허…. 거, 의자 삐걱대는 소리 내지 말고……’



나는 그 순간, 일어나야 하는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을 알았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형은 내가 졸고 있는 정면에 앉아있던 윤혜를 이끌고, 나를 정면으로 향할 수 있는 작업대의 건너편으로 돌쳐 걸어갔다. 그리고는 의자를 살그머니 세 개를 이어서 놓았고……형은 나를 측면으로 하고 앉아, 윤혜의 옆을 보는 것처럼 하면서 의자 위에 다리를 쭉 펴고 앉는 것이었다. 그리고, 윤혜는 그 의도를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지를 슬그머니 내려 벗고서, 이미 좇대를 한껏 세우고, 의자 위에 자신을 옆으로 보면서 다리를 쭉 펴고 앉은, 형의 좇 위로 보지를 이동 시켰다.



‘흐흐흑…….’



그녀의 입 안에서 호흡이 새어 나오고, 나와 정면으로 앉은 그녀는 프로그램을 살피는 모습으로 의자 위에 버팅기고 있는 형의 좇 위로 몸을 열어갔다.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책상에 붙어 공부하는 윤혜의 옆에서, 가정교사가 내용을 봐 주는 형상 이었다.



‘언제 봐도 이쁘단 말이야, 우리 여왕님…’



‘목소리 좀…… 준태 깨여……’



‘목소리는 니가 더 크다, 임마….. 저 쑥쑥 박히는 것 쫌 봐. 오늘도 의자 열나 닦아야 겠구만. 저 물 흘리는 것 쫌 보지?’



‘아이 참, 형두?’



두 사람은 많이 해 본 솜씨가 분명했다.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나는 그저 젖탱이나 주무르면서, 사까시만 해 줘도 세상 다 가진 것 같았는데, 상열이 형과는 이제까지 저다지도 놀고 있었단 생각 때문이었다. 이미 안경 속에 비치는 윤혜의 두 눈은 감겨 있었고, 무슨 맛있는 사탕을 빨고 있는지, 연신 혀로 입술을 쓸어댔다. 아주 규칙적인 동작으로 상체를 들썩이고, 때에 따라 앙탈을 부리듯 몸까지 떨어대는 그녀의 테크닉….. 상열이 형도 그 쾌감에 몸부림 치고 있는지, 방금 전에도 살피고 있던 나도 아랑곳 하질 않고서, 저 대로의 지리리한 좇대의 쾌감에 휩싸여,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두 사람은 입 밖으로 비명을 참고, 섹스를 하는 것에 익숙해 있는 듯이 보이고 있었다. 의자의 삐걱거림도 없이, 윤혜는 작업대에 팔꿈치로 상체의 체중을 든든하게 지탱하면서 아랫도리를 형의 좇대를 향해 유연하게 움직였다. 멀리서도 확실히 들리던, 뿍짝 대는 그 씹살과 좇대가리가 만들어 내는 음란한 화음…..두 사람의 사이에는 그 뿍짝 대는 섹스의 마찰음만이 존재했고, 영화에서 보던 교성과 신음 등은 작업실 안에서 줄기차게 돌아가고 있는, 지금은 고철 덩어리 취급을 받을만한 구식 컴퓨터의 냉각팬이 만들어 내는 기계음에 파묻혀, 잘 들리지도 않고 있었다. 이어서 찾아 드는 정적….. 윤혜는 작업대 위에 엎어져 버렸고, 형은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어 고개가 뒤로 휙 꺾여져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가던 은밀한 섹스의 밀물은 그렇게 세 사람의 모래사장에 깊은 골을 파내고 사라져 갔다. 나는 눈을 감아 버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추스리더니,



‘야, 졸려서 안되겠다. 세수나 하고 와야지.’



‘저두여.’



하면서 두 사람은 맞춘 듯이 동아리 방을 나서는 것이었다. 그 날을 꼬박 밤을 세우고 나서도, 우리의 로봇은 원하는 만큼의 속력과 효율을 끌어내지 못해서, 세 사람의 애간장을 태우고는 있었다.



‘어쩌지?’



상열이 형의 무거운 대답. 언제나 형이 어쩌지 라는 말을 할 때면, 정말 어려운 난관 임을 의미했다.



‘형, 이럴 때, 팀워크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여?’



‘아니, 아닌 밤중에 왠 팀워크?’



내가 나섰다.



‘세 사람의 의지를 한번에 모아야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져. 우선 첫째로, 형이 사온 저 최신형 센서는 감도는 좋은데, 개수가 너무 많을뿐더러 중량도 꽤 되거덩여? 데이터 량이 너무 방만한 거 같기도 해서…... 별 무리 없다면, 기존의 걸로 복원하는 게 좋을 것 같구여……’



‘또? 계속해봐.’



‘제가 맡은 부분 에서는 센서의 개수와 중량이 줄어드니까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고속 선회시, 미로 추돌이나, 원심력에 의한 무게중심 상실을 방지할 방책을 세워야 할 거 같구여….’



‘또?’



‘제 영역은 아니지만, 혹시 윤혜가 담당하는 소스 부분에서 이런 것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해서여.’



‘뭔데?’



‘우리가 구현하고 있는 미로 학습기능으로 얻어진 전체 미로의 맵핑데이타를 끝까지 메모리 안에 상주시킬 필요가 있냐는 거죠. 한번 가보고 막혔던 길은 그 갈림길의 초입부에 대한 데이터만 유지하면 되지, 그 안쪽에 버티고 있는, 막혀버린 미로의 구조내역까지, 유지한다면, 메모리의 활용 면에서 효율이 떨어지지 않겠느냐 이거져.’



‘정말 듣고 보니 그렇네? 그 부분을 줄여 나가면, 종국에 가서는 전체 구조에서 열려있는 부분에 대한 구조 데이터만 남게 되고, 기어이 효율이 상승할 것이다, 이런 말이지? 빙고! 그래 그거야. 무조건 모든 데이터를 지고 가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지 않겠느냐 말이지. 잊을 건, 잊자 이 말 아냐?’



‘그렇져, 어제 밤, 형과 윤혜의 도둑 섹스를 내가 잊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져…….’



세 사람은 열띤 토론의 끝에 가까스로 출구가 보이고 있는 실정이었지만, 나의 폭탄 발언에,세 사람 다 말이 막히고 말았다.



‘그,그럼, 준태 너 알고 있었단 말이야?’



그녀의 대답이 머뭇대고 있었다.



‘대의를 위해서 나의 조그만 질투쯤이야, 버려야 하는 거 아니겠어? 그리고, 형, 그렇게 좋으면 왜 까놓고 윤혜랑 사귀지 그랬수?’



‘아니, 나는 그저……’



‘그저 뭐여? 윤혜가 심심풀이 땅콩이라도 된다는 거여, 뭐여? 내가 잘은 몰라도 형 그렇게 살면 벌 받수.’



‘미안하게 됐다. 난 얘기 하려고 했는데… 윤혜가…’



‘윤혜 핑계대지 마슈, 둘 다 똑 같은 인간들이야. 나를 사이에 두고 얼마나 비웃었길래……’



‘그건 아니야….흑흑…..내가 다 잘못했어….. 준태야, 그런 게…..’



나는 그 두 사람의 얘기를 더 이상 듣고 싶질 않았다. 그건 치사한 사탕발림 이었고, 패자에 대한 정중한 조롱밖에는 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먼저 결승점에 골인한 로봇의 우승팀이 언젠가 한 말이 생각났다. 승자와의 사이에 패자는 존재해도 2등은 없는 거라고…….나는 가방을 와락 둘러메고, 동아리 방을 뛰쳐 나왔다. 출전까지는 앞으로 며칠 밖에 없는데…… 그러나, 나는 미련을 깨끗이 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병신 육갑하는 자슥이 지 애인과 선배가 틈만 나면 줄창 쑤셔대는 것도 모르고, 해롱댔다고 떠들 것은 뻔한 일이었기에……



나는 그 날 부로 군대에 자원입대를 하고야 만다. 병사 휴학서를 제출하러, 학생과에 들렀어도, 그렇게 정이 들었던 동아리 방은 멀찌감치 에서 바라다 보았을 뿐, 그 근처조차 가기가 싫었다. 이렇게 제대를 하고, 다시 복학을 통해 찾아온 캠퍼스에서 맞이하는 감정은 자못 묘한 여운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동아리 방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을 느끼면서, 나는 그 당시 내가 어찌되었든 사랑한다고 믿었던 로봇과 윤혜에 대한 기억으로 복잡하기만 했다. 오랜만에 찾아가 보는 동아리 방, 자물쇠는 녹이 슨 채, 예전 그대로 였다.



‘…. 그러니까, 너그들은 잘 몰라도 이건 섹스랑 결부 지은 다면, 좀 쌩뚱 맞을는지는 몰라도, 그 기능이 섹스랑 교묘하게 닮아 있단 말이지. 섹스를 남녀가 같이 하는 와중에, 자신만 좋자고 둘러대다간 피 보기 십상 이거덩, 자신의 상대가 지금 오르가즘의 제 갈 길을 가고 있는지, 아니면 불감증의 퇴로에 갇히고 있는지, 재빨리 알아차려서, 자신의 사정과 상대의 오르가즘의 패턴을 유효 적절하게 일치시키는 것과 비슷하단 말이쥐, 내 말은….. 게다가 반복되는 미로는 섹스의 경험과도 유사성이 있거덩. 한번 해 본 놈이랑, 주구장창 둘러댄 놈이랑 물건 휘두르는 폼새가 같을 수 있남? 다 그로 인해 얻어진 경륜과 테크닉에 의해 다음 번 만나는 상대는 대번에 뻑이 가게 한다 이거지. 이해가 가냐?.....쯧쯧….. 어려서 너그들 이야 뭘 알겠냐?......’



세월이 흘러도 선배로부터 들려 받은 그 로봇과 섹스와의 비유는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내가 군에 입대를 하고, 두 사람은 내 말에 충격을 받았던지, 교내가 짜하도록 붙어 다니다가, 두 사람 모두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지금은 미국의 유수 주립대학에서 제어공학을 전공하면서, 로봇연구에 흠씬 빠져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혹시, 선배님도 동아리에 계셨댔어여?’



‘아니, 그냥 관심이 있어서…..동아리 방에서 너무 날밤들 새지 마라 말이야! 인간들 사랑놀음에 로봇이라 할지라도 열 받아서 터질지 누가 알겠니? 그럼 간다……수고!’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나는 다시 캠퍼스의 하늘 위에 미로를 줄달음 치는 로봇의 종횡무진을 하릴없이 그려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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