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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0:04 512회 0건
-41부-

“음...... 부소장, 나예요.”

“네, 소장님.”

“지금 하는 일 모두 중단하고...... 음...... 우선 점심식사부터 해야 되겠네. 천천히 식사하시고 의왕매장 소장을 태워서 함께 용현동 본사로 들어오세요. 나도 시간 맞춰 들어가겠습니다.”

“본사 어디로 가 있을까요?”

“아! 그렇지. 아직 아는 사람도 없을 텐데...... 아니, 전에 총무부 김과장 본 적 있잖아? 그 양반한테 가 있어요.”

“네, 네...... 아, 그분이 거기에 있습니까? 알았습니다.”

짧은 휴가기간에 계약을 재조정하고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역시 손발을 맞춰온 사람들이 유용할 터이니 희숙이를 부를 수밖에 없는 일이다.
회장과 강주 일행은 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의 한식당으로 걸음을 옮기고 황부장은 전화를 하면서 걷고 있는 강주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느라 함께 뒤처지게 된다.

“저...... 이사님.”

“네, 뭡니까? 말씀하세요.”

잔뜩 주눅이 들어 따라 걷고 있는 황부장에게 다시 본래의 안색을 회복한 강주가 전화기를 접으며 무심히 대꾸를 한다.

“저...... 저는 지금 집에 가서 바로 필증을 가지고 나오겠습니다.”

“뭐, 급한 것도 아닌데 그걸 서둘러요? 식사나 하고 천천히 가세요. 어차피 오늘은 내가 바빠서 등기소 갈 시간도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 지금은 회장님 뵐 면목도 없고...... 또 집사람 모르게 필증을 갖고 오려면......”

“마누라가 그렇게 신경 쓰입니까? 허허...... 참, 나중에 물으면 뭐라고 할 거요?”

“글쎄요. 그게......”

“뭐, 도리 없잖아요? 경마해서 날렸다고 하쇼. 나한테 부탁해서 내가 집은 다시 잡아줬다고 하고...... 입을 맞춥시다. 아파트는 몇 평이요?”

“아! 네,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알았습니다. 아파트는 서른 네 평인가...... 그렇습니다.”

“알았습니다. 그래도 식사나 하고 갈 일이지......”

“아닙니다. 지금 밥 생각도 없습니다.”

하기야 집을 날리는 처지에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면 그것도 온전한 정신은 아닐 것이다. 멀리서 앞서가던 회장과 부장의 아내 미경이도 걸음을 멈춘 채 두 사람을 돌아보고 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나중에 사무실에서 봅시다. 괜히 사장님 마주치기 곤란할 것 같으면 어디 피해있던지......”

“네, 제가 알아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황부장은 멀리 서있는 회장에게 고갯짓으로 인사를 하고 황급히 주차해 둔 곳으로 뛰어가 버린다. 천천히 회장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강주를 향해 미경이는 앙탈을 부리고 회장은 애써 외면하며 웃음을 짓는다.

“아이 참...... 이사님. 또 저이한테 뭐라고 그랬지요?”

“어허..... 참, 나...... 아무 소리도 안 했어요. 허허허...... 아, 회장님 뭐라고 말씀 좀 해 주세요.”

“호호호...... 그래, 얘...... 이사님은 이제 아무 소리도 안 하기로 약속했는데...... 뭘 그래?”

“그런데 저이, 왜 밥도 안 먹고 그냥 간대요?”

“아! 지금 밥 생각도 없고 브리핑 준비할 게 많아서 그런 모양입니다. 이제 저하고 손발 맞춰서 함께 일하기로 했으니까 미경씨도 괜한 일에 마음 쓸 필요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친하게 잘 지내겠습니다. 하하하......”

입을 잔뜩 내민 채 흘겨보는 미경이의 허리를 돌려세워 걸음을 재촉하고 곧 식당으로 들어선다. 한식당임에도 불구하고 바닥은 다다미가 깔려있어 무더위 중에도 무척 시원한 기분이다.
한 자리에 모여 앉은 세 사람 모두가 문제를 해결한 뒤의 차분한 표정과는 관계없이 속으로는 나름대로 쾌재를 부르고 있으니 동상이몽도 이런 경지가 따로 없다.
미경은 회장의 후광으로 남편인 황부장이 무사할 수 있었으니 이 기회에 어떻게든 강주를 잠자리로 끌어들여 제 편을 만들기 위해 여념이 없을 것이고, 회장은 사람을 잘 가려 쓴 덕에 짧은 시간에 소기의 성과를 올리고 있으니 남편보다 우수한 자신의 경영능력에 도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쾌재를 부를 사람은 다름 아닌 강주일 터, 황부장에 대한 건은 이미 회장과 더 이상 거론치 않기로 약조를 했으니 거래처 계약이야 수정하면 그뿐이고, 점장들의 점두코너 수입은 매일 보고를 받아 체크하면 그뿐이니, 이억을 호가할 용현동의 아파트 한 채가 고스란히 떨어지게 생겼다. 물론 추후 경과를 보아 다시 돌려 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집을 처분하지 않는 한 그간 착복한 돈을 일거에 마련할 수도 없는 일이고, 처분한다 한들 그 돈은 강주의 돈이 될 것이다. 무슨 일이든 목을 걸고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점점 단단한 올무 속으로 빠져든다는 것을 이미 체득한 뒤인 강주의 입가에는 그저 알 수 없는 미소가 걸려 있을 뿐이다.

“참, 이사님...... 지난번에 부탁하셨던 그 직원은 어떻게 됐나요?”

식사를 모두 마친 후 회장은 내친 김에 강주를 장악하고 있는 자신의 능력을 미경이 앞에서 과시하듯 부소장의 일을 물어온다.

“아! 네, 회장님 덕분에 벌금형으로 바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제가 회장님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 저도 회장님께 그 원수는 따로 갚아야 하겠지요? 하하하......”

“어머! 원수요? 호호호......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본사에 와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해 뒀습니다. 그 친구하고 의왕에 있는 우리 여직원도 곧 내려올 겁니다. 이제 가서 만나 봐야지요.”

“어머! 바로 가시게요? 아이 참, 제가 시간 좀 내달라고 그랬잖아요?”

“허허...... 잘 하면 달려들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미경씨 얘기 들어드릴 시간은 있습니다.”

슬쩍 회장을 바라보니 회장이 강주의 말을 거들고 나선다.

“어머! 참, 내 정신 좀 봐. 이사님...... 나 오늘 헬스클럽에서 약속이 있었는데 깜빡했네...... 이사님, 나중에 봐요. 얘, 미경아, 나 먼저 간다.”

“참, 그리고 오늘부터 그 두 친구 며칠 간 일을 시켜야 할 것 같은데 비용 겸해서 이백 정도 인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건 경리파트에 얘기해 둘게요. 아유, 참...... 이사님께 여러 가지로 너무 죄송하네요. 의왕에 있는 그 직원이 약혼자라고 하셨잖아요? 휴가 중에 두 분이서 어디 여행도 못가시고......”

“허허허...... 이렇게라도 보면 되는 거지요. 뭐......”

처음 회장을 만났을 때 그저 흘려 얘기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회장이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고 강주도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미경은 자연스럽게 강주에게 다가와 팔짱을 걸며 가슴을 비벼온다.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자연스럽기가 물 흐르는 듯하다.

“어디로 갈까?”

“아까 거기 비치호텔 어때요? 이사님.”

“그러지.”

이제 회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교감을 이룬 상태로, 비록 그녀의 전위부대에 민희가 있다는 것 때문에 썩 달가운 입장은 아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회장의 본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일 터이니 강주도 어린아이가 아닌 이상 회장을 미워하기만 할 일은 아닌 것이다. 물에 빠진 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물에 뛰어들어야 하고 수렁에 빠진 이를 건지더라도 한 발은 빠뜨려야 할 일이다. 황부장의 아내 미경이는 또 어떤 내력을 가진 인물인지 미경이에게 빠져 보기로 한다.

“그래, 황부장이 전화로 뭐라고 하던데?......”

“호호...... 놀라긴 내가 더 놀랐지. 뭐야......”

“왜?”

강주는 천천히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꼭지를 돌려 물을 맞는다. 미경이도 따라 들어와 강주를 뒤에서 끌어안고 젖무덤을 비벼오니 등으로 느끼는 가슴이 풍만하다. 물속에서도 그녀의 향기는 강주를 자극하기에 충분한지 이미 강주의 몸은 반응하기 시작한다.

“최강주 이사라고 해서...... 나는 자기 무역 쪽에서 일하는 줄 알고 있었거든......”

“쿡쿡......”

“그래서 바로 언니한테 전화했지.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봐 달라고......”
강주는 돌아서 미경의 젖무덤을 일그러뜨리며 입술을 부딪치고 미경은 기다렸다는 듯 강주를 들이마신다. 아침부터 애를 태우던 강주를 용서할 수 없다는 듯이 한 손으로는 적극적으로 강주의 분신을 쓸어 주무른다.

“흐읍...... 쭈우웁....... 후루룹......”

“으흐으음....... 으흥...... 흐으응......”

“후훗...... 미경아. 물속에서 해 본 적 있어?”

“어머! 미쳤어. 쿡쿡......”

강주는 물을 틀어 욕조를 채운다. 샤워꼭지에서도 소나기가 내리고 두 사람은 그 비를 맞으며 서로의 몸을 탐닉한다.

“이거...... 나한테 주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니?”

강주의 손은 미경의 사타구니를 흩고 지나가며 조금씩 자극하고 그때마다 미경은 움찔거리며 강주를 끌어안는다.

“아이 차암...... 나빠요...... 민희하고 경주만 예뻐해 줬지? 치......”

“허허허...... 너희끼리는 비밀도 없냐? 자, 숙여 봐......”

강주는 쏟아지는 물을 등에 맞으며 미경이를 돌려 잡는다. 발기한 좆이 꺼떡거리며 미경이의 풍만한 엉덩이를 찔러댄다. 음순을 문질러 길을 찾고 천천히 밀어 넣는다.

“뭐...... 말 안 해도 다 알지. 호호호...... 허어억...... 살 사알......”

“후욱, 그럼 우리...... 후욱, 지금 이러고...... 후욱, 있는 거...... 황부장도 알겠네?...... 후욱, 후욱.”

“아이 차암...... 하아악...... 왜 그 사람...... 하악, 으흑...... 얘기는 꺼내고...... 그래? 으으흥......”

“후우욱...... 후욱...... 아...... 씨바...... 황부장 돌겠네...... ”

강주가 엉덩이에 몸을 싣고 팔을 뻗어 젖을 주무르자 미경이는 욕조를 잡은 손에 바짝 힘을 주며 몸을 지탱한다. 엉덩이는 더욱 강주에게 내밀어져 강주는 젖을 주무르며 허리를 더욱 빠르게 놀린다.

“아학, 하아아악......아흑, 침대로 가서...... 흐윽, 해요......”

“가만히 있어 봐. 후욱...... 후욱.”

회장 주변의 인물들에게선 민희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자꾸만 변태적인 섹스를 갈구하게 된다. 지금도 미경이와 섹스를 하면서 황부장의 이름을 들먹이며 흥분을 몰아간다. 눈앞에 샴푸를 한 줌 짜내 사타구니에 뿌린다. 일어나는 거품과 함께 비눗물이 바닥을 따라 흐르고 강주는 손가락으로 항문을 자극한다.

“하윽, 아야...... 뭐야? 이사니임...... 거기 아니야......”

“후욱, 가만히 있어...... 후욱, 쑤욱......”

이내 손가락을 빼며 좆을 문지르다가 힘차게 밀어 넣는다.

“쑤우우욱......”

“하아아악....... 으흐으으응......”

이제 회장 주변 인물들의 행동반경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니 보통의 섹스로는 성이 차질 않아 항문을 겨냥하고 아예 욕실에서 일을 벌인다.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빗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기분은 마치 비 오는 날 나체로 길을 걷는 듯 그동안 신경을 써 온 모든 일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고개를 들어 쏟아지는 물을 입으로 받아 뱉어내고 엉덩이를 철벅거리며 마주쳐간다.

“하윽...... 나 이상해져......”

“후욱...... 쑤욱......”

두 사람의 사이에 사랑이 없어도 쏟아지는 물줄기가 찰박거리며 채워주니 그 또한 위로가 되고, 서로가 마음 없이 붙어있어 마치 짐승처럼 나누는 교미에도 부끄러움을 씻어준다. 어느덧 욕조에 물이 채워져 강주는 항문에서 좆을 꺼내고 그녀의 항문은 아직도 아가리를 벌린 채 벌건 속살을 보여준다.

“쭈우웁...... 후루룹...... 으으흠......”

입을 부딪쳐 나누는 타액으로 서로의 갈증을 씻고, 끌어안아 맞잡은 두 손은 서로에게 흉기가 되어 아프게 자극을 더한다. 미경이를 욕조로 밀어 넣고 다시 엉덩이를 잡아 마주친다. 좆과 엉덩이사이의 물이 움직일 때마다 출렁이며 묘한 자극을 더해준다. 마음과 달리 새로운 자극 때문인지 오래지 않아 이내 사정에 달하고 만다.

“하으으으윽...... 울컥...... 울컥......”

“하으응...... 으흑, 하으윽...... 여보......”

두 사람은 욕조 속에서 출렁이는 물의 자극을 느끼며 입을 맞춰 간다. 강주의 손은 쉼 없이 미경이의 젖가슴과 사타구니를 공략하고 미경은 강주의 좆을 흔들어 남아있는 좆물의 한 방울까지 짜내려고 하는 모양이다.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후에도 두 사람은 여전히 욕조 안에서 걸치듯 기대어 있다. 강주는 미경이의 젖무덤을 베개 삼아 비스듬히 누워 담배를 피우고 미경은 강주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애정을 표시한다. 물 위로는 미경이의 질에서 흘러나온 강주의 분신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후훗, 내가 좋았어? 황부장이 좋았어?”

“피...... 남자들은 꼭 그런 걸 물어 보더라?...... 당연히 자기가 좋았지.”

“우리 사장도 물어보든?”

“쿡쿡...... 이사님도 벌써 다 아는가 봐? 호호호......”

“염병...... 사방팔방 죄다 동서로구먼...... 하하하...... 야! 너, 전화 온 모양이다.”

미경이는 대강 물기를 닦고 전화를 받으러 나간다.

“으응, 자기야?”

“......”

“나, 지금 여기 송도비치 근처에 있는데......”

“......”

“백만 원?...... 아유, 갑자기 백만 원이 어디 있어?......”

“......”

“알았어. 그럼 이쪽으로 와. 내가 바로 앞에 있을 테니까......”

“뭐야? 황부장이냐? 에이 씨바...... 쉴 틈이 없어요. 쉴 틈이......”

“호호호...... 아유, 미안해요. 이사님. 다음에 오래 오래......”

대충 물기를 말리고 밖으로 나와 미경이와 헤어져 차에 올라탄다. 페달을 밟아 가던 중 아무래도 황부장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궁금증을 자극한다. 황부장이야 지금 등기필증 때문에라도 심정적으로 마누라를 만나려 하지 않을 텐데, 아무래도 속내를 감추는 것 같아서 차를 다시 돌려 길모퉁이에서 바라본다.
잠시 후 비치호텔 앞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차가 한 대 들어서더니 젊은 놈들 몇이 내려 미경이에게 다가가 스스럼없이 앞뒤로 포옹을 한다. 몸을 터치하는 것도 보통의 기준을 넘어서 여러 놈 모두 보통사이가 아닌 것 같다.

“뭐야? 저거, 한두 놈도 아니고 동시에 여러 놈하고 저러는 모양인데...... 야, 미경이 저것도 보통 물건 아니네...... 그러면 황부장도 말짱 호구라는 말 아냐? 씨바...... 어쩐지 항문도 처음 가는 길이 아닌 것 같더라......”

강주는 호기심이 발동되는지 차번호를 적어 포켓에 넣어둔다. 종전 같으면 전혀 소용없을 일이겠지만 그래도 이젠 제법 알고 있는 변호사들도 있으니 어떻게든 알려고만 하면 알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내 미경이는 그 차를 타고 젊은 놈들과 함께 사라진다.

용현동 본사에 도착하니 벤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부소장과 희숙이는 이미 사무실에 도착해 있는 모양이다. 이층으로 올라가려다 매장이 궁금해 슬쩍 들여다본다. 매장은 불과 며칠 만에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 상황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점장의 각오를 보여준다.
한여름 무더위에 긴 소매의 옷을 입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추운 겨울에 짧은 옷으로 겨울을 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철을 알아 절기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야 돌아오는 계절에 대비하여 준비할 줄을 알 터이니 그제서 비로소 어른이라 할 만 할 것이다.
경영자들이 운영하던 회사의 폐업이나 정리를 염두에 둘 정도로, 방만한 운영을 해왔던 황부장은,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도 추운 겨울이 닥치리라는 것을 몰랐던 격이니 이제 최강주라는 된 서리를 준비도 없이 맞게 되고, 하릴없이 빈손에 호미를 쥔 채 언 땅만 긁고 있는 꼴이 되어 버렸다.

“아! 이사님, 이제 오십니까?”

황부장이 내려와 강주를 맞는다. 강주의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본 모양이다. 뒤따라 김과장과 부소장도 내려와 얼떨떨한 표정으로 강주를 바라본다.

“아, 뭘 그렇게 보고 있어요? 허허허...... 자, 올라갑시다. 지금 사장님 계신가요?”

“아, 아...... 네, 계십니다.”

“자, 그럼 사장님께 먼저 인사부터 드리고 나올 테니까 잠시 후에 봅시다. 황부장은 따라 오시고......”

“네, 네......”

사장은 강주를 보고 무척이나 반가워하며 환대를 해준다. 이미 회장으로부터 전해들은 말이 있는지 황부장을 보는 눈초리가 곱지는 않다.

“음...... 뭐, 별일 아닙니다. 황부장이 경험이 미숙하다 보니 일부 실수한 것이 있었지만 문제 삼을 만 한 일은 아닙니다. 이제 곧 원상회복 될 거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여기 황부장도 그간 고생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대수롭지 않은 일에 그 정도는 사장님께서 모른 척 해 주셔도 무방하지 않겠습니까?”

사장의 아량에 호소하고 황부장을 배려하는 척 넘어가 버린다. 땅을 파고 씨앗을 뿌린 후에 뿌리가 과연 잘 내리는지 궁금하다고 해서 자꾸 들춰 본다면 그 농사는 필경 망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저 덮어두고 바람이 들지 않도록 그야말로 꼭꼭 밟아서 싹이 틀 때까지는 보호해 줘야 할 일이다.

“아! 네, 뭐...... 그 정도라면 물론 그렇게 해야 하겠지요. 황부장은 앞으로 최이사님 보필하면서 잘 좀 배우도록 해. 사람이 참, 그렇게 안 봤더니 어수룩해 가지고...... 그럼 이사님 향후 계획은 어떻게 갖고 계신지......”

황부장은 비록 핀잔을 들어도 이 순간 강주가 아무소리 않는 것이 더 없이 고마운 일이니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백척간두가 이 자리요, 대문을 열고 나가면 저승길이니 그저 강주의 처분에 따를 뿐이다.

“체제에 큰 변화는 주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황부장이 혼자 커버해 나가기엔 다소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스핀아웃을 약간 도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스핀아웃이라면...... 그건 골프에서 쓰는 말이 아닌가요?”

“아! 네, 그렇기도 하지요. 공을 갖고 하는 경기에서는 외부로 공을 보낼 때 그렇게 쓰인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드린 말씀은 일종의 독립운영체제를 말씀 드린 겁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분리시킬 수는 없는 일이니까 현재 황부장이 결재권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영업, 상품, 총무 등등 분야별로 나눠서 각과의 과장들이 전결을 할 수 있도록 전결규정을 새롭게 정하면 굳이 체제 개편까지는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아, 네......그게 효과적일 수 있겠군요.”

“물론 사장님이나 황부장이 훨씬 깊이 있고, 보다 포괄적인 결정을 하시겠지만 역시 일이란 현장 감각이 중요하거든요. 각 과 과장들의 책임 하에 실무진에서 훨씬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것들까지 상부의 결재라인을 기다리다간 경쟁회사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일단 전결에 관한 사항들은 제가 둘러보고 추후에 사장님께 결재를 득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간 황부장이 독식해 오던 중요한 안건들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강주의 눈 밖에 날 짓을 더 이상 하지는 않겠지만 불여튼튼 단속을 해 두는 것이다.

“그리고 점장들은 일단 교육을 통해서 기강을 잡도록 하고 일반직원들은 제가 관리하는 의왕으로 o.j.t를 보내든지, 아니면 그쪽 직원들을 이리 파견을 하든지 해서 교류를 하게 하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봅니다.”

“아! 네, 그렇게 합시다. 그게 좋겠군요. 자, 그럼 황부장이 모시고 나가서 직원들에게 소개를 해 주세요. 자주는 못 오실 텐데 직원들이 몰라보면 그것도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발코니로 나오니 김과장과 부소장이 따라 나온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되신 겁니까? 이사님이라니요?”

“허허...... 그렇게 됐습니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 김과장님께서는 기량을 많이 발휘하셔야 할 겁니다. 이제는 남 눈치 보지 마시고 전결을 확대해 드릴 테니까 능력발휘를 한 번 해 보세요. 기존 우리 회사 전결규정을 참고해서 전 부서 것을 새로 하나 작성해 보세요.”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실 그동안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고 답답한 적도 많았습니다. 허허허......”

“그리고 부소장은 앞으로 점포를 맡을 때까지 의왕 소장하고 같이 거래처 계약을 재정비하도록 하고...... 참, 그런데 같이 안 왔어?”

“아니요. 아까 잠깐 나가던데 화장실이라도 간 모양입니다. 와...... 이거 특공대원이라도 된 기분인데요. 하하하......”

“허허...... 뭐, 틀리지 않지. 그리고 두 사람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지요? 영통에 가서 술이나 한 잔 합시다.”

“와...... 좋지요. 이거 이사님하고 술 마시는 게 얼마만입니까? 하하하......”

“자, 그럼 나는 경리파트에 다녀 올 테니까 대기하고 있어요.”

복도에서 영통 하모니 장마담에게 전화를 건다. 벌써 가 보려고 마음을 먹은 터에 이런 저런 일로 늦어지니 은근히 보고 싶기도 하다.

“응, 장마담?......”

“누구세요?......”

“나야. 최소장.”

“어머! 또 장마담이라고 한다. 정말 이름 안부를 거예요?”

“큭...... 야, 귀청 떨어지겠다. 소리는...... 하하하...... 오늘 한 잔 하러 갈까 하는데, 가게에 있을 거지?”

“어머! 오늘 올 거야? 나야 항상 가게에 있지. 그럼 혼자 와요. 또 지난번처럼 양아치 같은 애 부르지 말고......”

“하하하...... 알았어. 참, 그리고 그 후에 또 행패 부리거나 하지 않던가?”

“으응, 역시 자기 말이 통하는지 그 뒤로는 안 오던데......”

“으응, 그래?...... 알았어. 나중에 보자.”

정필이에게 전화를 한 적도 없는데 마담의 말이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행패를 부리지 않는다니 다행한 일이다. 궁금한 것은 가서 알아보면 될 일이고 서둘러 경리파트로 걸음을 옮긴다.

“나, 최이사예요. 회장님 전화 안 왔던가요?”

“아! 네, 이사님. 여기 있습니다.”

“뭐야? 이거 삼백만 원짜린데, 나는 이백만 원 신청했는데......”

“네, 나중에 다시 삼백을 드리라는 연락이 왔었어요.”

“음...... 그랬어? 알았어요.

돈을 수령하고 다시 대기실로 돌아가니 어찌 알고 왔는지 보라가 희숙이를 따라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강주를 맞는다.

“어어...... 보라야, 너는 여기 웬 일이니?”

“호호호...... 오빠, 깜짝 놀랐죠?”

“반갑습니다. 이사님...... 보라도 의왕에 코너 맡아서 시작했어요. 오늘 이사님이 불러서 간다니까 따라 온다고 해서......”

“허허...... 참, 너 마침 잘 왔다. 온 김에 희숙이하고 같이 노가다 좀 해야겠다. 그럼 의왕은 아가씨한테 맡겨두고 온 거야?”

“후훗, 네...... 제가 있는 것보다 더 잘 하는데요. 뭐......”

보라와 희숙이가 와 있으니 사무실이 다 훤해진다. 팔등신 미녀들이 둘씩이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모두들 강주를 부러워하는 눈치지만 이사와 함께 있으니 흘끔거리며 쳐다볼 뿐이다.

“자, 그럼 오늘은 업체 계약조건을 확인하고 불러들일 업체를 추려내 봐. 황부장님은 기존 계약자료 여기 이 친구들에게 전부 주세요. 김과장님은 업무연락 띄워서 내일 점장회의 소집하고, 희숙이는 내가 자료를 줄 테니까 내일 점장 교육을 맡아서 진행해 봐. 부소장이 도와주고......”

“어머! 제가요?”

“그래, 한 번 해 봐. 다 배운 거니까 기본적인 것들만 짚어주면 돼. 그리고 부소장이 도와 줄 거고...... 보라, 너도 시간 되면 계속 도와주고......”

“네, 알았습니다. 오빠, 나는 일당 줘야 돼요. 오빠 직원 아니니까...... 호호호......”

“오냐, 알았다. 하하하...... 자, 그럼 시작해 봐.”

이제 본격적으로 영진유통의 수정작업이 시작되었다. 사연도 많고 말도 많았지만, 어쨌든 탈 없이 상륙을 한 듯 보인다.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연기를 내뿜으며 울리는 전화를 받아 든다.

“아! 누님?......”

“응...... 내일인 거 알고 있어?”

“뭐가?......”

“아이 참, 형님생일이라고 했잖아?”

“아아...... 알았어. 내일 저녁...... 킥킥......”

“왜 웃어?”

“으응...... 어떤 여자를 선물할까 싶어서......”

“너, 죽고 싶으면 알아서 해. 킥...... 그럼 내일 봐. 아직도 인천이야?”

“응...... 나, 누님 무지하게 보고 싶다.”

“칫, 거짓말인 거 다 알고 있네. 이 사람아......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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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다시 수인 산업도로를 달리고 있다. 김과장은 자기 차로, 강주의 차는 부소장이 운전을 하고 있다. 비록 부소장이 운전기사는 아니지만 남이 운전해주는 차를 타니 격세지감에 아득하다.

“그래, 애들은 다른 직원들이 태워주기로 했다면서......”

“허허....... 네, 그런 미녀들을 어디 가까이서 봤겠어요? 서로 태워준다고 난리 치던데요? 허허허......”

“그렇겠지. 부소장은 내일 아침에는 김과장하고 같이 돌아오면 될 거야.”

“네, 알았습니다.”

“그런데 영통에도 아는 분이 계셨습니까?”

“으응, 그냥 친구야. 자, 이거 갖고 있다가 나중에 써. 김과장도 돈 없을 건데 아마 나중에 외박하려면 돈 있어야 할 거 아냐?”

“지난번에 주신 경비 거의 그대로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안식구 갖다 줘. 부지런히 모아서 나중에 의왕에 코너라도 하나 해야 할 거 아냐?”

“아! 네, 고맙습니다. 이사님께 너무 죄송해서......”

“자, 난 좀 잘게. 그...... 커다란 쇼핑센터 있는 곳으로 가면 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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