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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2부 - 단편5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01:15 727회 0건



36. 하은주 PD와의 밀당질 계속


[1]
일요일 새벽에 김명숙에게서 피곤한 몸으로 집으로 온 나는 바로 침대에 쓰러져서 잤다. 11시쯤 일어나자마자 나는 바로 하은주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 시나리오를 인쇄하는 것이 예정보다 늦어지니까 기다리는 중이라면서, 나보고 자기가 전화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나는 양재동 공사장으로 갔다. 5월 말이어서 제법 더워지려고 한다. 공사가 거의 다 끝나가는 중이어서 이들은 일요일도 없이 일을 하고 있다. 김영숙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기 뭐해? 잠은 좀 잤어?"
"나 여기 공사장에 있어."

"벌써 나왔어? 그럼 이쪽으로 잠시만 들를래? 하영이가 할 말이 있다는데 .."
"거기 어디?"

"스튜디오."



나는 스튜디오로 갔다. 이하영이 김영숙, 김수연과 같이 웹에 올릴 사진을 고르다가, 점심을 먹어야 한다면서 밖으로 나갈 차비를 하고 있었다.



"하영이가 오늘은 일찍 나왔구나? 시간이 되나보네?"
"시험도 끝났고, 언니들도 보고 싶고 .."

"나 보고 싶다는 말은 안 해? 하하."
"물론 윤하오빠도 보고 싶지, .."

“차경자나 신예진한테서 연락은 오니?”
“아직. 벌써 오겠어? 기다려 봐.”




우리는 근처에 있는 한식 집으로 갔다. 밥을 먹으면서 이하영은 우리 사이트에 올리는 상품을 소개할 정보를 사진만 올리지 말고, 동영상도 추가하자는 말을 한다.



"그게 무슨 말이지?"

"TV에서 홈쇼핑 방송을 하잖아? 우리도 사진만 덜렁 올리지 말고, 유저들이 동영상을 원한다면 볼수 있도록 선택의 기회를 한번 더 주면 어떨까 해서."




이하영의 말에는 김영숙과 김수연도 대 찬성이었다.



"어머머. 하영이는 어쩜 그런 생각까지 했어? 그러니까 바지를 예로 들면 색깔, 모양, 사이즈 이런것들이 중요하지만, 입고 움직일 때 힙라인이 변하는 것이나, 앉았다 일어설 때 모양이 어떻게 변하나 이런 것들도 직접 보여줄 수 있겠다."

"브래지어도 그래. 착용하고 몸을 움직이면 가슴의 모양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직접 보고 알 수가 있겠다. 그러면 반품이나 환불 요청도 많이 줄어들을 것 같은데?"

"그럼 그 많은 동영상들을 어떻게 다 촬영하지?"
"오빠. 촬영은 언니들이 옷을 잘 알고 있으니까, 고난도인 부분을 미리 생각해서 촬영을 하면 되죠. 한꺼번에 다 못하면, 나중에 동영상을 천천히 추가시켜도 돼요."

"우리 서버에 그렇게 많은 데이터를 올릴 수가 있나?"
"서버는 동영상 데이터를 보관할 용량만큼 늘이는 것은 그리 문제가 안되거든. 유저 1인당 데이터 트래픽이 길어지기 때문에 동시 접속자 수를 고려하여 회선도 늘여주어야 해. 돈 얼마 안 들어도 할 수 있어."

"그래. 돈이 얼마 안 들겠지만, 그래도 몇천은 기본이잖아? 또 유저쪽에서도 모바일로 보는 경우가 많을텐데, 데이터 비용이 많이 나오거나, 단말기가 구형 모델일 경우에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면 아예 다운될 수도 있겠는데 .."

"유저들은 동영상을 보기를 클릭하기 전에 미리 경고를 해야지. 만일 유저가 우리 경고를 무시하다가 다운되는 일을 한두 번 경험하면 동영상 보기를 포기하든가, 아니면 단말기 교체를 하든가 하겠지. 안 그래?"

"하영이 말이 틀리지 않아. 우리가 그렇게만 하면 진짜 완전 대박일거야. 홈쇼핑 빼고 아직 다른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그런 것을 시작도 안 하거든."

"대표오빠. 수연언니 말이 맞아. 이번에 하영이가 말한 것은 꼭 하자. 한꺼번에 다는 못하더라도 몇 개만 골라서 하고, 경과 보고, 또 몇 개 더 하고, 이렇게 차근차근 하면 되잖아?"



우리는 모두 하영이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우리 서버를 설치한 회사에 전화를 해서, 그들이 오후에 우리를 방문할 것을 요청했다. 김수연도 웹팀과 의논을 해서 공사를 당장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하영이에게 웹툰 연재에 대해서 물었다.



"다음에 연재할 웹툰도 선정해야지?"
"별걸 다 걱정하셔. 나는 벌써 다 골라놨거든."

"이번에는 무슨 내용이야?"
"풋풋하고 애절한 로맨스 어때?"



우리의 목표는 일일 접속자 수 100만을 넘는 것과 10대 고객을 끄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바로는 접속자수가 는다고 해서 매출도 그만큼 비례해서 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장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매출의 증가는 우선 일일 접속자수의 증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 인터넷이라는 허구의 사이버 세계는 뭔가 새로운 것이 항상 있어야 한다. 안그러면 생존이 불가능한 곳이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정말 처절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은 그것을 유저 동영상과 웹툰으로 때워 넘기는 중이지만, 이것도 누군가가 경쟁자가 생기면, 그 순간 우리는 끝이다.

아직 우리에게 경쟁자가 없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언제 누가 무엇을 들고 나타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기는 해도, 항상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이하영이 이번에 낸 아이디어가 우리에게 또 하나의 돌파구를 마련해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생긴다.


그녀들에게 서버 공사 문제를 맡기고, 나는 그녀들과 헤어져서 논현동 사무실로 왔다.




[2]
저녁때가 돼서야 하은주가 나에게 전화를 해서 오라고 했다. 나는 택시를 타고 여의도로 갔다. 하은주가 일하는 곳은 여의도에 있는 HBS 방송국 본사였다. 그녀는 약속한 시간에 정문에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함께 본관 건물로 데리고 갔다.




"누나, 잠은 잘 잤어?"
"잠이 너무 안 와서 진짜 괴로운 밤이었다. 하하."

"왜? 잠못 이룰 일이 뭐 있었어?"
"아이. 몰라. 그런 것 있어. 자기 TV 방송국에는 자주 와봤니"

"여기는 옛날 고딩때, 영어 토론회 한다고 .."
"그거 지금 대학생들도 하는데? 요새는 안 나와?"

"나, 지금은 휴학생이잖아? 이제 사업해야지. 하하."




나는 하은주가 어제 저녁에 우리 둘 사이에 있었던 키스 사건 때문에 나를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았을까 하고 걱정했었다. 그런데 막상 만나고 나니까 그녀는 전과 똑같다. 방송국이라서 그런지 오늘은 내가 누나라고 불러도 키스를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로 8층까지 올라갔다. 하은주는 4개의 커다란 방을 사용하고 있는데, 방마다 대형 모니터들과 여러 가지 장비들로 가득 차 있다. 제일 구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까 테이블, 원탁, 소파, 옷장들이 있는 그녀의 사무실이다. 그 방의 한쪽 구석에는 방금 들어왔다는 시나리오 100권이 쌓여있다. 그녀가 그 시나리오를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저거 인쇄한다고 오늘 늦어졌어."
"그러니까 이게 이번 시나리오구나?"

"어. 자기는 10권 가져가면 돼. 메인 작가 1명에 보조 작가가 3명이 덤벼들어서 쓴거야. 그래도 나중에 촬영에 들어가면 그 때 필요한 수정은 조금씩 하거든."

"그럼 누나는 오늘처럼 일요일에도 일해?"
"일요일이 따로 있나? 일이 있으면 나와야지."



하은주가 나를 원탁에 앉게 하고, 커피를 따라준다. 테이블 위에는 그녀가 보고 있는 시나리오가 펼쳐진 채로 놓여있다. 그녀가 벌써 메모를 시작하고 있다. 포스트잇도 붙어있고, 여러 가지 색깔로 글씨들이 깨알같이 적혀있다.



"캐스팅하기 전에, 다음 주 쯤에, 아무래도 그 팀장이라는 여자분이랑 같이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으니까, 그 분한테 꼭 읽으시라고 해. 알았지?"

"배우는 몇 명이나 있어야 해?"
"배역은 우리 쪽에서 나중에 결정하니까, 자기는 벌써부터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나가서 저녁 먹자."

"또 집밥? 하하."
"또 그냥 가려고? 하하하. 어제는 자기 진짜 너무했어."



나는 시나리오를 들고 하은주를 따라서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여의도에서 자기가 자주 간다는 레스토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오늘은 누나랑 여기에 왔으니까 이 집 스테이크를 먹고 몸보신 좀 해. 알았지?"
"나는 어제도 고기 먹었는데, 또 스테이크를 먹으라고? 그냥 한식으로 먹자."

"안돼. 누나 말 들어. 스테이크. 앞으로는 여기 오면 무조건 스테이크야. 알았지? 하하."
"도대체 무슨 심뽀래?"

"하은주 심뽀다. 왜? 문제 있어?"
"문제는 무슨 문제? 나야 그냥 주는 대로 먹는 거지. 하하."

"진작에 그럴 일이지. 하하."



그녀의 고집으로 나는 스테이크를, 그녀는 파스타를 먹는다. 그 자리에서 나는 하은주에게 기획사에 대한 얘기를 털어놓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라서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 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내 잔에 와인을 따라주면서 내게 물었다.



"자기 무슨 고민 있니? 아까부터 왜 그렇게 뚜우 하고 있어? 스테이크 때문에 그래?"
"누나. .. 나 누나한테 할 말이 있는데 .."

"어? 뭔데? 심각한거면 지금 하지 말고 나중에 해. 안 그래도 머리가 깨지려고 하거든."

"내가 연예 기획사를 하나 차리든가, 아니면 작은 기획사를 인수하든가 할 생각인데 .."
"기획사를 차리겠다고? 자기가?"

"어. 완전 뜬금없지?"
"그건 .. 음. .. 심각해도 엄청 심각한건데? 자기가 그걸 왜 하려고 그러지?"

"뭐. .. 내가 하는 일이 돈 버는 사업이니까. 우리가 트레이닝 시켜서 누나네 오디션을 통과시키면 되는 것 같은데. .. 이렇게 콘서트 무대에 세우면 안될까?"

"그걸 어떻게 하지? 나는 예능국이 아니고 드라마국인데? 그럼 내가 너한테 우리 예능국 PD들을 소개해주면 되나? 이건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뭐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글쎄 .. 나는 이런 쪽으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어서 .."

"그런 걸 왜 하려고 하는 거지? 자기 이런 쪽으로 발은 넓어? 사업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는 아는 것을 갖고 하는 거지. 물론 아무 것도 모르고 뛰어들어서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게 그리 흔한 케이스는 아니거든요."

"어디 가서 기획사 운영하는 것을 배울 수는 없나?"
"그럼 내가 아는 기획사도 소개해줄까?"

"그럼 고맙고. 그런데 그거 .. 해서 되기는 될까? 누나 생각에 어떨 것 같아?"
"글쎄. .. 내가 뭐라고 말하기가 .. 자기는 아는 것도 없고, 자신도 없으면서 손을 대서 어쩌려고 그래? 맨땅에 헤딩하려고?"

"생각은 있는데, 자신만 갖고 되는 일이 아니잖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 너무 막막하고. .. 그러니까 누나 생각은 어떠냐고 묻잖아?"

"내 생각?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컨셉을 대충 세워봐. 우선 자기네 홈페이지에 오디션 광고를 내. 그러면 애들 엄청 많이 몰려오잖아? 그 중에서 웬만한 애들이 오디션을 통과하겠지? 걔네들을 트레이닝 코스에 집어넣어. 마지막에 심사를 한번 더 해서 합격한 애들은 음반도 내고, 우리 무대나 다른 방송사 무대에도 서고. 지방으로 콘서트 다니고, 이렇게 크는 거지. 따로 뭐 있나?"

"누나가 말한 대로 잘만 되면 괜찮은데, 요새 기획사들 잡음이 워낙 많아서 .."
"돈 때문에 스폰 받느라고 사고가 나거든? 그 문제만 조심하면 아무 일 없을것 같은데?"

"내가 과연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자기는 대표잖아? 실제로 대표가 덤벼들어서 해야 하는 일은 별로 없을텐데? 트레이닝 시키는 사람들 찾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여기 필요한 돈이 들어가는 거야 뭐. .. 자기한테 그 정도 능력은 있으니까 하겠다고 나서는 거겠지?"

"돈이나 많으면 내가 무슨 걱정이겠어?"

"자기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내가 걱정된다. 자기네한테 괜찮은 애들만 있다면야 나도 배우 캐스팅하는 일들이 엄청 쉬워져. 요새는 스폰이나 마약 때문에 무대에 사람 잘못 세우면 시끄러워지거든요. 이거는 드라마나 예능이나 다 똑같아."

"그거야 아무래도 그렇겠지."

"지금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니까, 천천해 생각해. 나도 자기랑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획사가 어디 있을지 찾아볼테니까."





[3]
나는 하은주와 저녁을 먹은 후에 그녀와 헤어져서 동숭동 집으로 와서 쳐박혀 있었다. 시나리오도 읽고, 연예 기획사 문제로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검색도 했다.

다음 날 월요일에는 윤은경을 만나서 이 문제를 의논했다. 윤은경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관심이 땡긴다며 당장 시작하자고 덤벼든다. 만일 하은주를 통해서 방송사 PD들이랑 안면을 트고 나면 일은 엄청 순조로울 것이라고 한다.



"웰빙 기획사라고 하면 되나?"

"이름이야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건물 공사부터 하고, 실무도 배우고 해요. 공사는 어느 정도로 해야지?"

"드라마 촬영 끝나면 그리로 옮기고, 지금 쓰는 곳을 5층 정도? 아니면 이쪽이랑 맞춰서 7층으로 하든가. 그럼 공사비는 어떻게 하지? 이번에 저쪽 공사한다고 이제 돈도 별로 없거든요."

"돈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 쪽에서 당겨올게. 안 그래도 과장님도 우리 일 때문에 걱정하는데."

"누나. 우리가 이렇게 일을 자꾸 벌리기만 하는 것이 잘 하는 일일까?"

"웰빙 라이프랑 연예 기획사랑 결합시키면, 대박 터지는 것은 시간 문제 같은데? 라이브 공연하는 동영상들이 올라온다고 해봐. 접속자 100만은 금방일거야. 이것은 확실한 문화사업이니까, 우리 회사 사장님도 후원할거야. 그건 나한테 맡겨. 지난 번에 박혜주 사장도 투자하겠다고 나섰었다며? 그럼 그쪽에서만 최소한 5억은 계산할 수 있겠네?"

"그럼 이번에는 누나만 믿고 덤벼든다?"

"우리 윤하씨. .. 내가 신이야? 나를 믿어서 뭐하게?"




[4]
그 주에 우리는 준공 검사를 통과한 후에 마지막 실내 공사에 들어갔다. 나는 그 다음 공사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금요일에는 하은주가 작가 한 명을 데리고 와서 김수연과 김영숙을 만났다. 그들은 드라마의 내용을 설명하고, 나오는 사람들의 성격과 역할을 설명했다. 그들은 그 당시의 피해여성 중에서 6명을 드라마에 출연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하은주가 나에게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다면서, 다음날 토요일에 오후 2시쯤에 같이 만나서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다.



"약속 장소는 지난 일요일에 갔었던 여의도 그 레스토랑 알지? 자기는 또 스테이크만 먹으면 돼. 하하하."
"그 집 스테이크는 생각보다 맛있던데? 하하. 만날 사람은 누군데?"

"자기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내가 자세히 말을 못 해줬잖아? 이 여자는 전에 안무를 담당했었거든. 이 바닥에서 마담 뚜처럼 발도 넓고, 여러 기획사랑 같이 일했었으니까, 자기한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래."

"지금은 뭐 하는데?"
"하는 말로는 시집가서 전업주부라던데, 나도 만난지가 제법 됐거든. 자기 일 때문에 내가 연락을 했어. 오랜만에 얼굴 한 번 보기로 했으니까, 자기도 같이 만나자고. 알았지?"




[5]
약속한 토요일에는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하늘에 검은 구름이 짙게 덮여 있으니까 내 마음도 엄청 답답했다. 나는 시간에 맞추어서 택시를 타고 약속한 레스토랑으로 갔다.

나는 창가로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하은주와 낯선 여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하은주가 프로그램을 편집하는 일 때문이라면서 늦게 나타났다. 그런데 그녀가 홀을 돌아보더니 한참 떨어진 곳에 앉아있는 어떤 남자와 여자에게 손짓을 했다. 그 두 사람도 우리에게로 왔다. 그들은 미리 와서 있었는데, 우리는 서로를 몰라본 것이다.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여자들끼리 나란히 앉고, 나와 작곡가가 나란히 앉았다. 하은주가 우리를 인사시켰다.



"인사해. 이쪽은 내 대학 띠동갑 후배, 웰빙 라이프 대표 최윤하야. 이쪽은 안무를 담당하는 강선혜씨, 또 남편은 작곡가 임선호씨. 결혼한지 아직 6개월이 채 안된 신혼부부야."



우리는 서로 인사를 하고, 음식을 주문했다. 두 여자 사이에는 수다가 시작되었다. 작곡가인 그녀의 남편이 나에게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일에 대한 것들을 물어서 나도 그와 이야기를 했다. 한참 후에 음식과 와인이 나왔다.

식사 중에 하은주가 연예 기획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글쎄, 윤하 얘가 갑자기 기획사를 해보고 싶다는 거야. 그런데 내가 아는 것이 있어야 뭐라고 말을 해주지. 선혜씨랑 신호씨가 바쁘지 않으면 뒤에서 좀 도와주면 안되나?"

"바빠야 하루 세끼 밥이라도 먹고 살텐데, 요새는 안 바빠서 걱정이거든요."
"엄살 고만 떨어요. 누가 들으면 밥 굶는 줄 알겠다."



신혼부부는 나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고, 나는 대답을 했다. 그들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말리는 분위기이다. 남편 임선호씨가 내게 물었다.



"그걸 꼭 하려는 이유가 뭔데?"
"우리도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생각을 해보는 거죠."

"이거는 오랜 시간 동안 투자를 해도, 스타급 애들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투자한 그 돈을 다 날리거든. 자본이 튼튼하지 않으면, 여기 저기 안 좋은 소문만 나고, 끝에 가서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단 말이야. 능력이나 자신감도 좋지만, 우선은 돈이 있어야 하는데. .."

"얼마나 들어갈 지는 몰라도, 약 일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때 하은주가 끼어들었다.



"선호씨. 좀 도와주라고 했잖아. 그런데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왜 우리 윤하 기를 죽이는데? "
"나는 지금 돕고 있거든요. 만일 잘못된 환상을 가졌으면 먼저 그것부터 처리해야죠."

"애들 몇 명을 찾아서 키우겠다는데, 꼭 그렇게 복잡하게 해야 해?"
"이 진흙탕 같은 바닥에 발을 들여놓겠다는 것부터가 잘 한 생각이라고 보이지 않아서요."

"이번에 거기에 나도 투자할 생각이야. 애들을 지저분하지 않고, 아예 처음 시작부터 깨끗하게 키워서 인재풀을 만들 생각이거든."

"예에? PD님도 같이 하신다고요?"




하은주가 투자하겠다는 말을 했지만, 나로서는 금시초문이다. 임선호 부부도 놀랐지만, 나도 가슴이 철렁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하은주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 나에게 미리 그런 말을 비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PD를 하면 앞으로 몇 년이나 더 하겠어? 나도 미리 은퇴할 준비는 해야 할 것 같아서 .."
"그럼 무조건 시작은 해야지. 되고 안 되고는 나중에 보기로 하자."

"진작에 그렇게 말을 할 것이지 .. 내일 나랑 만나서 같이 양재동으로 가요. 괜찮죠?"
"그럼. 그래요."



우리는 레스토랑 밖으로 나와서 헤어졌다. 나는 하은주와 함께 방송국 주차장으로 가서 그녀의 차에 탔다. 그녀가 차를 출발시키며 내게 물었다.



"윤하야."
"어?"

"아까 내가 그 투자하겠다는 말, 뻥이다."
"나도 알지. 그런데 누나가 진짜로 투자해도 되거든."

"어? 그럼 좋아. 만원은 할 수 있겠다. 하하."
"그거라도. 하하."




하은주는 집으로 가면서 나에게 그들이 키워낸 아이돌 그룹들을 말해주었다. 그녀는 내가 그들과 같이 일하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오늘은 진짜 나랑 우리 집에 가서 집밥 먹자. 알았지?"
"그럼 나 또 도망갈건데? 하하."




그녀는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를 데리고 올라갔다.







[6]
내가 그녀의 집 안으로 들어서자 그녀는 내게 물었다.



"커피 줄까? 아니면 와인 마실래? 아까 와인 안 마셨으니까, 와인으로 하자."
"그래. 좋아."

"그럼 자기는 꼼짝말고 소파에 앉아서 기다려."



그런데 그녀가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넘기며 서둘러서 간 곳은 주방이 아니라 욕실이다. 한참 동안 물 소리가 여러 번 나더니 그녀가 욕실에서 나온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방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에 그녀가 헐렁한 민소매 원피스 차림으로 나왔다. 원피스는 앞이 라운드로 깊숙이 파여있고, 큼직한 단추도 몇개 붙어있다. 그녀의 목 아래로 편편한 가슴과 하얀 젖무덤의 일부가 시원스럽게 드러난다.



"이제부터 나는 주방 언니 할거니까 흉보지 마. 알았지?"
"그것은 칭찬할 일인데, 내가 왜 욕을 해? 그런데 저녁 하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나?"

"지금은 와인 마시려고. 안주 좀 찾아보게."



그녀는 주방으로 갔다. 나도 그녀를 따라가서 식탁에 앉았다. 그녀가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냉장고와 냉동고에서 이것저것을 꺼낸다. 접시에 치즈와 케익 그리고 쵸콜렛을 담는다.



"왜 왔어? 소파에 앉아서 쉬고 있으라니까."



그녀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는데, 그녀가 허리를 굽힐 때에는 원피스의 앞부분이 벌어지면서 그녀의 슴겨진 뽀오얀 젖가슴 속살이 드러난다. 브래지어는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큰 편도 아닌데 갑갑하다고 뺀 것 같다.

그녀가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나도 싱크대로 가서 그녀의 옆으로 섰다.



"이리 줘. 씻는 것은 내가 할게."
"아직 씻을 것이 없는데?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여기 와서 이러면 거추장스러운데 .."

"한 번 시켜보기나 해."
"안주 만드는데 도울 일이 뭐 있다고 .."




그녀는 안주접시와 함께 와인과 잔을 쟁반에 담았고, 나는 그 쟁반을 소파로 가져갔다. 그녀는 작은 바구니에 과일을 담아서 들고왔다.

우리는 와인을 마시면서, 그녀가 방송국 일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특히 그녀는 다음에는 예능국에 있는 PD들과 자리를 마련해보겠다는 말도 했다.



"내가 누나로서 이만큼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충분해. 남을 만큼 많이 한거야. 말 한마디 했더니, 누나가 나보다 더 걱정하네."

"내가 너를 몇년 전에 만났어야 했는데 .."
"왜? 무슨 일이 있었어?"

"사람 사는데 일 없는 날이 있겠어? 일이야 항상 끊임없이 있거든."
"그럼 왜? 몇 년 전에 만나서 뭘 어쩌게?"

"그런게 있어. 배 고프지? 저녁이나 해먹자."
"집밥? 그럼 나 도망간다? 하하하."

"그러기만 해. 다음에는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우리는 주방으로 갔다. 나는 그녀를 돕겠다고 팔을 걷었고, 그녀는 말렸다. 그래도 나는 그녀가 주는 상추를 씻었다. 파와 무우도 씻어서 그녀가 시키는 대로 썰었다. 그녀는 활짝 웃는다.



"제법이란 말이야. 자기는 부엌일도 해봤어?"
"거봐. 무조건 무시하면 안돼."

"이제 됐으니까 앉아."



그녀는 고등어를 냄비에 넣고 뚜겅을 덮는다. 그리고 나에게 잔과 와인병을 내주었다. 나는 두 잔에 와인을 따랐다. 그녀의 빠른 손이 식탁에 반찬을 내놓기 시작했다. 금방 상이 차려졌다. 그녀의 손은 진짜 빨랐다.



"누나 혹시 요리사도 했었어?"
"자취 생활이 15년이야. 이 정도는 껌이지. 하하."



그런데 그녀가 일손을 놓고 내게 오더니 내 입술을 빨아당긴다. 나도 같이 그녀의 입술을 빨면서 그녀의 입 안에 혀를 넣었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혀도 빨았다.




"왜 갑자기?"
"나랑 키스하자고 누나라고 부른 것 아니었어?"

"아니거든. 12년 연상이니까, 그냥 .."
"또 나이얘기. 자기 진짜 밉다."



찌개와 밥이 나오고, 우리는 도로 쪽으로 나있는 유리창을 향하여 나란히 앉았다. 나는 식탁위에 있는 통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꺼내놓았다.



"이제 먹자. 40분 정도 걸렸지?"
"혹시 내가 도와서?"

"어. 그런데 자기가 돕지 않았어도 한 시간 걸렸겠어?"
"그러네. 인정."

"그런 의미에서 이제 불러봐."
"우리 누나 예뻐."

"진작에 그럴 것이지. 하하하."




그녀는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고 또 키스한다. 우리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와인도 마셨다.





[7]
나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누나."
"어?"



그녀가 또 키스한다.



"이건 뭐 .. 어린애도 아니고 .."
"왜? 나는 약속대로 한건데? 하하."

"할거면, 다 먹고나서, 깨끗하게 양치하고 해야지."
"그러지마. 인간은 너무 깨끗하면 저항력이 떨어져서 오히려 병에 더 잘 걸려. 그런데 왜 불렀지?"



나는 내 마음 속에 있는 고민거리에 대하여 그녀에게 묻고 싶었으나,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몰라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해버렸다.



"누나네 방송을 한 시간 정도 사려면 얼마쯤 할까?"
"뭐야? 방송을 산다고? 그게 무슨 말인데? 누가 방송을 사고팔고 하냐?"

"우리가 돈을 내고, 우리 마음대로 편성해서 방송하는 것 .. 이런 것 하면 안 될까?"




하은주는 내 얼굴을 한참 동안 쳐다보면서 뭔가를 열심히 생각한다.




"그건 절대로 불가능해. 더구나 우리는 민영이거든. 한다고 해도, 시간대에 따라 다르지만, 한 시간이면 백억 이상은 들어야 할거야. 그럴거면 차라리 윤하 네가 어떻게든 공공성을 약간 살려서 공영쪽 KBC 나 MBS 로 가야지. 왜? 무슨 일로 방송이 필요한데?"

"요새 우리 쪽으로 동영상들 올라오는 것 보면 기가막힌 것들 많거든. 그런 것들을 다시 편집해서 방송으로 내보내면 어떨까 하는데.."

"그거 .. 해도 .. 글쎄? .."
"왜? 누나가 보기에는 별로야?"

"요새 유투브나 인터넷 방송 아메리카 TV 때문에 별 효과가 없을텐데? 무슨 생각인데? 그러지 말고, 아예 속시원하게 털어."

"실은 ..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한데 .. 지금이야 시청자들이 방송국에서 만들어서 보내주는 것을 보는 정도지만, 앞으로도 그렇까? 나중에는 시청자들이 자기가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할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해서 누나네가 먼저 시작을 해보는 것은 어때?"



그녀는 아예 숟가락을 내려놓고 내 얼굴을 뚤어져라고 쳐다본다.


"그게 무슨 소리지?"
"우리가 청소년 고객층을 엄청 많이 흡수해야 하는데 .. 그게 고민이야. 얘네들은 TV를 보는 것보다는 자기들이 만들어서 SNS에 올리는 것을 좋아하거든."

"청소년이면? 10대 후반? 20대 초반 포함?"
"어. .. 그러니까 ... 음 .. 10대 후반이랑 20대 초반랑 많이 다른가?"

"10대면 중고딩이고, 20대는 대딩이잖아? 고3이랑 대1이 그게 참 묘해. 19이랑 20이랑 확실하게 다르더라고."

"음 .. 청소년 .. 생각만해도 진짜 골치아파."

"그건 너네만 그런 것이 아니야. 우리도 그렇고, 다른데도 다들 마찬가지거든. 그런데 그게 생각대로 잘 안되는 것이 문제란 말이야."

"왜 안되지?"

"생각해봐라. 10대면 중고딩이거든? 얘네들의 문제는 또 있어. 입시가 걸려 있다는거야. 얘들이 학교로 학원으로 돌잖아? TV 앞에 앉을 시간이 없어. 밤 늦게 심야로 가면 얘들도 자야하고, 또 청소년 보호시간이라서 성인물이랑 시간대가 겹쳐지면 곤란하거든요."

"으으음. .."

"우리 지상파나 케이블 TV보다는 오히려 너네가 유리할껄? 너네는 인테넷으로만 하니까, 실시간 조회랑은 전혀 상관이 없잖아? 우리도 요새, 본방은 잘 안돼. 시청율이 형편없어. 그런데 동영상으로 올려놓으면, 얘들이 나중에 엄청 열어보기는 하던데 .."

"얘들 쪽으로는 어떤 프로그램쪽이 잘 나가?"

"아무래도 요새는 아이돌 나오는 뮤직이나 예능쪽이 대세지. 그것도 프로그램 전체를 통째로 올리는 것보다, 그룹별로 잘라서 올리면, 자기들이 좋아하는 그룹만 골라서 본다던데? 이거는 리서치 쪽에서 알아낸거래. 얘들은 뭘 보더라도 7분 이상을 안본대. 나는 드라마 하잖아? 예능쪽이 아니라서 잘 몰라."

"그럼 얘들은 드라마를 아예 안보나?"

"얘네들한테 드라마로 대박내기는 진짜 어려워. 까다롭고, 복잡하거나 심각한 것도 안되고, 완전 신선하고, 평범 단순하면서도 완전 톡톡 튀는 것 있지? 복선을 많이 깔아도 안돼. 질질 끄는 것도 안돼. 느끼해도 안되고 .. 아무튼 쉽지 않아. 특히 10대 말이랑 20대 초반의 미묘한 경계도 그렇고. .."

"그래. .. 우리 같이 뭐 하나 해볼까? 드라마건, 예능이건. 내 생각에는 섞어야 할 것 같은데 .. "

"글쎄. 나쁘지는 않은데, 뭐를 하지? 이번 성희롱 사건이야 청소년 문제는 아니고 .."

"나도 방금 생각나서 말을 꺼내기는 했는데, 당장은 쫌 그렇지? 혹시 개그가 섞인 콘서트 정도면 안 될까? 내용을 성인에서 청소년으로 완전히 다운시켜서 .."

"그게 .. 그런 개그맨이나 뮤지션들 찾기가 .. 같이 고민 좀 해보자. 우리가 같이 잘 풀어낼 수 있으면 진짜 대박이지."

"누나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진짜 고맙다. "

"기죽지 말고, 힘 내. 너네는 요새 하루 접속이 50만 이상이라며? 이제 우리 드라마 나가면, 너네는 더 클거잖아? 그 정도면 우리가 너네랑 손잡을 명분은 확실히 있어. 아직 아이디어가 없을 뿐이지 .."




하은주는 내 손을 꼬옥 잡는다. 그녀가 나보다 더 계산을 치밀하게 하고, 내 말을 생각보다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 대신에 그녀도 나름대로 겪는 어려움과 고충이 있다면서 이야기를 했다.



"나는 머리가 나쁜 건지 .. 어렸을 때 공부할 때도 꼭 날밤 꼬박 새면서 공부를 해야 우등생 소리를 들었거든. 그게 요새도 똑같아. 뭐 하나를 하면 영감이 팍팍 떠오르지를 않아. 이게 PD질 하면서 엄청 스트레스야. 더군다나 요새는 드라마 하나를 해도 워낙 전문성이 센 편이라서 아직도 공부를 해야 해. 같이 일하는 아씨PD들 없이는 일이 안 될 지경이라니까."

"그게 어디 누나만 그럴까? 나도 마찬가지야."

"너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학생이잖아? 네가 뭐가 문제냐? 나야 지금 이 나이에 이러고 있으니, 내가 남자를 만나고, 연애를 해? 언제 그럴 시간이 있어? 그러면 아마 아래 PD들이 차고 올라와서 나는 금방 밀리거든. 메인PD라는게 그래. 겉에서 보면 그럴 듯해 보이지만, 뚜껑 열면 머리가 성할날이 없다니까. 요새 내가 최윤하 너를 만나면서 완전 살판났지. 안구 정화에 멘탈 정화까지. 하하."

"에이. 뭔가를 이루려면 다 그렇게 힘들게 가는 거지. 누나만 그러나? 다들 마찬가지야. 그래도 누나는 앞으로 그 방송국에서 드라마 국장의 유력한 후보 아닌가?"

"그래. 다 좋아. 이제 이 얘기는 여기서 고만하자. 더 이상 이야기 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 나도 여기저기 쑤시고 더 알아볼테니까, 아이디어가 생기면 그 때 가서 다시 얘기하자. 알았지?"

"어. 그래. 아무튼 고마워."

"아니야. 윤하 네가 나한테 그런 고민을 털어놓고 얘기해줘서 내가 고맙지. 나도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거든."

"누나보다 다른 방송에서 먼저 해버래면 어쩌지?"

"그런건 신경 쓰지 마. 우리 PD들이 모여서 미리 그런 얘기 다 하거든요. 누가 먼저 하면, 다음 사람은 약간 바꾸서 또 해도 돼."

"으음. .."

"와아아. 나 지금 기분 완전 좋거든요. 자기도 꿀꿀해하지 말고, 기분 풀어."

"뭐가 좋다는 거지?"

"자기랑 나랑 일하는 데에서 공감대가 생겼잖아?"





식사가 끝나고 우리는 정리를 시작했다. 그녀는 말렸지만, 나는 이번에 설거지를 맡는다.




"우리 자기 나중에 그릇 깨고, 손발 잘리고, 피투성이가 되면 어쩌지?"
"걱정 마. 나 상해보험에 들어있거든. 자해만 아니면 돼요."




우리는 산처럼 쌓여있는 그릇들을 모두 씻어서 정리를 끝냈다. 그녀가 나를 안으며 내게 말한다.



"자기 고맙다. 와주고, 도와주고, 맛있게 먹어주고, 또 설거지까지 .."
"아이. 이거야 당연한건데. 내가 고맙지."

"그런데 진짜 나쁘다."
"왜?"

"방금 말하면서 누나라는 말을 쏘옥 빼네."
"또 키스하게?"

"어. 이제 키스해도 돼? 아니면 또 양치?"
"당연히 양치."

"콜."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욕실로 갔다. 우리는 치솔에 치약을 짰다. 그런데 그녀가 내게 말했다.



"또 해달라고 하면 짜증부리겠지?"
"뭘 해줘? 치솔질?"

"어."
"왜? 혼자 못해?"

"아까 자기가 해주는데, 기분 완전 좋던데 .."
"아이 참. .. 자꾸 이러면 습관될텐데."

"딱 한번만. 안그러면 또 대충하고 그냥 빨아버린다. 하하."
"아휴. .. 이 장난꾸러기. 하은주! 입 이리 대."



그녀의 입이 활짝 열리고, 그녀는 두 팔로 내 등을 잡고 안는다. 나는 아까처럼 그녀에게 꼼꼼하게 양치를 해준다. 그녀를 먼저 끝내서 내보낸 후에, 나도 양치를 했다. 내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그녀는 소파로 앉아서 와인잔을 들고 있다.

내가 지금 그녀 옆으로 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여기가 내가 참을 수 있는 한계가 아닌가 걱정스럽다.

그녀는 이런 내 마음을 전혀 모르는지 나를 부른다.



"자기, 이리와."



나는 정수기에서 물을 한 컵 따라서 들고 그녀 옆으로 앉았다. 그녀가 내게 묻는다.




"우리 이제 뭐하지?"
"그야 뭐. .. 양치 했으니까, 키스 아니야?"

"누나. 우리 키스 안하면 안될까?"
"왜? 나는 엄청 땡기는데?"

"지난번에 누나가 나랑 한 키스가 처음이라고 뻥을 쳤는데, .."
"당연히 뻥이지. 키스 한번도 안하고 내가 이 나이를 먹었겠냐? 자기랑 한, 그런 키스가 처음이라고."

"지금은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자꾸 하다보면 마음이 무뎌지고, 나중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되거든요. 너무 자주하면 안좋아."

"말도 안돼. 그건 그 때 가서 얘기고 .."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거의 동시에 마주보고 앉았다. 그녀가 두 눈을 감고 입을 내밀며 얼굴을 내쪽으로 처천히 들이민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그녀의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그녀도 따라서 내 입술을 빤다.

그녀의 손이 내 뺨을, 또 목을 어루만진다. 우리는 서로의 입술과 혀를 빨았다. 내 손도 그녀의 뒷목에서 어깨로 또 턱과 목으로 미끄러져온다. 드디어 그녀의 젖가슴이 시작되는 곳으로 오자 그녀가 내 손을 꼬옥 잡는다. 그녀가 망설이는 것 같아서 내 손은 그녀의 젖가슴으로 내려가려다가, 방향을 바꾸어서 그녀의 어깨와 팔로 향한다.

그 대신에 내 입술이 그녀의 턱과 목으로 내려왔다. 그녀의 팔과 어깨를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내 입술과 혀가 그녀의 목덜미를 골고루 핥고 스쳐가서 목에 도달한다. 그녀가 턱을 위로 치켜들면서 내 목을 팔로 감는다. 그녀가 내 뱉는 한숨에 탄식이 섞여있다.



"하아. .. 흐으윽 .. 하아아아. .."



나는 여기서 모험을 하기로 단단히 결심을 한다. 한 손을 조심스럽게 그녀의 젖가슴 위로 살짝 얹고, 젖무덤을 아래에서 위로 받쳐올리듯 하면서 지긋이 움켜쥔다.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떤다. 내 입술이 그녀의 쇄골 라인을 따라서 좌우로 두세 번 미끄러지다가 그녀의 가슴골을 따라 아래로 내려온다. 나는 양손으로 그녀의 양쪽 젖가슴을 움켜쥐고 천천히 크게 원을 그리면서 회전시킨다.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떤다.



"하아아. .. 자기야. .. 너무 좋아. .. 아학. .. 으흐흑 .."



그녀의 두 손이 내 두 손 위로 포개지면서 우리는 같이 주무른다. 나는 옷 위에서 그녀의 젖꼭지를 찾는다. 그리고 유륜과 젖꼭지가 있을만한 부분을 손가락 끝을 세워서 문질렀다. 그녀가 몸을 떨면서 허리를 뒤튼다. 그녀의 허벅지가 열리고 닫힌다. 그녀의 손이 내 머리를 감싸고, 내 입술과 혀는 그녀의 라운드넥 안으로 침입한다. 그녀의 젖무덤을 핥으며 내려온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원피스의 가슴에 달린 단추를 풀고 앞자락 한쪽을 살짝 들추자 젖꼭지는 바로 그 안쪽에 숨어있다. 나는 입을 들이밀고, 혀끝으로 젖꼭지를 찾아내어 입술로 물고 지긋이 눌렀다.



"흐으윽 .. 좋아. .. 거기야. .. 하아. .. 하아아. .."



지금 그녀는 내가 젖꼭지를 빨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그러고는 싶지만, 아직은 밀당질을 계속해야한다고 판단했다. 나는 두 손으로 그녀의 두개의 젖무덤을 양쪽 밖으로 밀어내면서 동시에 내 얼굴을 그 사이로 들이밀었다. 또 원피스의 앞자락을 양손으로 잡고, 동시에 좌우로 활짝 열어버렸다.

나는 이제 그녀의 양쪽 젖무덤을 통째로 완전히 꺼내서 드러나게 해버렸다. 그녀가 가릴 시간도 없이, 두 봉우리 사이에 내 얼굴이 묻혀있다. 속살 냄새가 물씬 풍기고, 그녀의 따듯한 체온이 내 양쪽 뺨으로 쏟아진다. 젖무덤의 부드러움과 말랑거림에 이제는 내가 몸부림을 쳐야 할 판이다. 하은주도 내가 원피스의 앞자락을 열어젖힌 것을 이제야 알아차렸다. 그녀는 두 손으로 가리려고 시도했지만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하악 .. 어떡해. .. 하아아. .."



윤은경이나 김수연처럼 크지도 않고, 내가 여자 젖가슴에 얼굴을 들이미는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하은주의 카리스마 때문일까? 나는 혀를 길게 내밀어서 이쪽 저쪽에 있는 봉우리를 닿는 대로 핥았다. 그녀가 내 머리를 부등켜안고 등받이로 쓰러지듯 기대버린다. 그녀의 몸이 떨리더니, 이제는 그녀의 신음소리와 목소리마저 떨고있다.



"하악 .. 하앙. .. 어쩌라고. .. 야아아. .. 하아앙. .."



내 목표는 그녀가 입고있는 이 원피스를 벗기는 것이다. 그것도 그녀로 하여금 부끄러움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그 아래로는 꿈도 꾸지 못하겠고, 솔직하게 자신도 없다.


그래도 시도해보기로 하고 나는 우선 원피스를 당겨 내리면서 오른쪽 팔을 빼게 했다. 그녀의 오른쪽 젖꼭지와 유륜을 동시에 입안으로 빨아당기면서, 오른쪽 젖무덤이 통째로 밖으로 드러나도록 했다.

나는 그녀가 나를 저지할 줄로 예상했었는데, 그녀는 오히려 그쪽 젖가슴을 내게로 들이민다. 나는 양쪽 유륜과 젖꼭지를 번갈아가면서 빨아당기고, 혀로 압박했다. 두 손가락 사이에 손으로 젖꼭지를 끼고 비틀다가 잡아당겼다. 그녀의 고개가 돌아가고, 허리가 뒤틀리며 몸이 꼬인다.

나는 머리를 들고 불빛에 드러난 그녀의 윗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쳐다본다.



"뭐해?"
"예뻐서. 감상 좀 하게."



그녀가 그제서야 원피스 앞자락을 당겨서 젖가슴을 가린다.




"하아아. .. 자기 완전 나빴어."
"왜?"

"키스하자고 했더니, 가슴까지 빨고."
"미안. 그냥 두기에는 너무 예뻐서."

"하여간에 선수라니까."



나도 그녀의 옆으로 앉아서 냉수를 마신 후에 와인을 마셨다.





=*=*=*=*=*=*=*=*=*=*=*=*=*=*=*=*=*=*=



kbs1936님. 여러 작품을 동시에 올리는 이유를 모르시겠다고 하셨지요?

예를 들면 제가 <알바>를 쓰는데, 원래는 30 회에서 끝내겠다고 구상을 해서 시작한 것입니다.
미리 써 둔 글을 올리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때 그때 써서 바로 올리는 입장이거든요.
그러다보니까 도중에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넣게되고, 길이도 늘어나서, 지금은 엄청 길어졌습니다.
어제 올린 것이 146 회 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쓰다 보면 지겹고, 짜증도 나요. 또 쓰기 싫기도 하고, 생각이 딱 막힐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갑자기 다른 생각이 나는 겁니다. 그럼 그 글을 놓치기 싫어서 쓰는 거죠.

<흐르는 강물처럼 2부>는 이미 써둔 글이므로 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알바>는 진짜 문제입니다.

이상입니다. ... - Ja"d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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