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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01:32 646회 0건
그래서 오늘은 두 편 입니다.


## 바(Bar) 씨클로


씨클로에 누군가를 데려가는 건 처음이었다.
거래처는 물론 친구조차도 데려간 적이 없었으니….

초저녁에 들어간 씨클로는 역시나 오늘도 한가했다.

[ 딸랑~ ]


“ 어머~! 어서 오세요~ “


주희가 오픈 준비를 하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준다.
아무래도 누군가를 데려가는 건 처음이니 의아한 얼굴이기도 했다.
병호는 언제나 앉던 바의 자리를 내버려두고는 테이블에 앉았다.
아름은 조금 어색한지 주위를 둘러보다가 병호의 맞은편에 앉는다.


“ 부장님. 여기 자주 오시는 곳이에요? “

“ 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와요. 나쁘지 않죠? "

" 이 동네에 이렇게 조용하고 아담한 곳이 있다니 의외네요. "

" 한 부장님이 누굴 모시고 오신 건 처음이셔요. 그것도 이렇게 미인분이시고요 "


주희가 메뉴를 건네며 보조석에 앉았다.
친하니 오빠라고 부를 만도 하지만 손님 앞이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말한다.


" 아. 그러신가요? 부장님이 아끼시는 곳인가 봐요? 호호. "

" 아름 씨, 이쪽은 여기 바 매니저 최주희 씨,
여기 이 분은 우리 회사 디자인부서 맡고 계시는 박아름 차장님 "


병호는 간단히 서로를 소개하곤 이내 주문을 했다.
그동안 주희와는 부담 없이 대화했었지만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있으면 어느 정도 존대하는 게 서로 좋다.


"킵 해둔 것 아직 남아있으면 그거 주시고 안주는 간단히 알아서 주세요.
식사는 하고 왔으니 무겁지 않은 거로...."

" 어머. 손님 모시고 온 것 처음이신 건 알지만, 메뉴는 손님이 선택하게 하셔야죠. 호호 "

" 아 그랬나...? 하하하. 아름 씨 미안해요. 여기 누구랑 오는 건 처음이라...."

" 아니에요 부장님. 호호. 어차피 저는 술 잘 모르는 걸요…. 부장님이 고르시는 거로 마실게요.


아름은 이리저리 메뉴를 보았지만 익숙하지 않아 곧 내려놓았다.


" 그러시면 제가 추천 하나 드릴께요.
발베니 12년 더블우드.
스페이사이드의 부드러운 싱글몰트에다가 중간에 오크통을 옮겨 담아 피니쉬에선
과일 향이 나요. 덕분에 여성분들도 부담 없이 드시기 좋지요. “

" 네. 그럼 그걸로 할게요. 괜찮죠 부장님? "

" 그래요. 오늘은 그걸 마셔보죠. "


메뉴판을 챙긴 주희는 일어나 주문한 술을 가지러 간다.
가지러 가는 와중에 아름의 뒤에서 아름을 가리키며 괜찮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하하하….


“ ? 왜 웃으세요? “

“ 아. 아니요~ 여기는 제 단골집인데 아까 이야기 한 술 외에는 마셔보지 않았거든요~
여기 다른 사람이랑 와서 먹게 되다니 신기하기도 해서~ “


아주 이젠 둘러대는 내용도 자연스럽다.


“ 제가 부장님 영역을 침범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호호~ ”

“ 뭐 아름 씨는 괜찮아요. 대신~ “

“ 대신요? “

“ 여긴 아름 씨까지만 아는 거로 해줘요.
나 여기 사람 별로 없어서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거든요. “

“ 아. 그럼 부장님하고 저만 아는 공간이네요.
뭔가 아지트? 비밀기지? 같은 기분인데요? 호호호“

“ 좋네요. 비밀기지. 하하하하. “


둘이 웃는 사이, 주문한 술이 나오고 셋팅이 되었다.
주희는 아직 영업준비가 다 안 되었다는 이유로 같이 마시자는 자리를 고사하고는 주방에 들어가버렸다.
병호를 향해 손을 불끈 쥐어 보이고 말이다.


“ 부장님도 의외의 면이 있으시네요. “

“ 무슨? “

“ 언제나 접대나 미팅 같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니시니까 쾌활하신 편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사람이 없는 곳에서, 게다가 누구도 데려오지 않는 그런 곳에서 혼자 시간을 가지신다니
의외의 면이었어요. “

“ 하하하…. 사람이 의외의 면을 가지지 않는다면, 살기 힘들 거 같지 않나요? “

“ 전 예전부터 사람은 언제나 일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게 다른 사람. 그렇게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그런 거 거짓말 같은 거로 생각했거든요. “

“ 음…. 그거랑은 좀 다른 거 같아요.
아름 씨가 이야기 하는 것은 넓은 범위의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고요.
내가 이야기하는 건…. 뭐랄까.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거기까지만 해주면 되는 거 같아요.
‘ 아~ 이 사람은 이러이러한 성격이구나. ‘ 그러면 그 정도만 보여주는 거죠. “

“ 이해하기 어려워요…. “

“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데요. 뭘…. 하하하.
모두 말로는 그래요. ‘ 난 네가 모든것을 이야기해주면 다 이해할 수 있어. ‘ 라고 하죠.
그런데 정말 그걸 까서 보여주면 부담스러워해요.
그 사람이 짊어진 짐이나 내면을 보여주면 감당이 안되거든….
내 무게도 감당이 안 되는데 남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을 리가 있겠어요?
그리고 그걸 보통 ‘부담된다‘ 라고 말하는 걸 거예요. “


병호는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곤 아름의 잔에도 따라주었다.
아름은 받기만 하고는 끝나지 않은 병호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


“ 그래서 난 사람들이 인지하는 내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그러면 언제나 한결같고 좋은 사람일 수 있거든.
물론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죠. 하하.
그럴 때는 여기로 와서 누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나로.
나로 돌아가서 조용히 술을 마시면 정말 좋죠. 하하하하. “

“ …. “


아름은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이내 술잔을 내민다.


“ 그럼 오늘은 평소 보여주지 않는 부장님이랑 술을 마시는 거네요? “


병호는 아름의 잔에 건배를 하며 말했다.


“ 저도 평소에 모르던 아름 씨랑 마시는 거죠. “

“ 아. 그러네요! 호호호호. 뭔가 새로운 기분이에요. “


병호와 아름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잔을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발베니는 주희가 추천한 대로 부드럽고 묵직하지만 상큼한 과일 향을 남기며 위장으로, 머리로 흘러들어 갔다.


“ 부장님 이 술 진짜 맛있어요~! “

“ 그렇죠? 오늘 나도 이 술 처음인데 괜찮네요. “


[ 띵~! ]

핸드폰을 들어보니 주희의 문자다.


‘ 오빠는 적당히 드셔요. ㅎㅎ
보아하니 오늘 아름이 따먹는 날인데요? ㅋㅋㅋ ‘


주희를 바라보니 딴청을 피우고 있다.
아름은 기분에 취해 창밖을 바라보며 술을 마시고 있어 잠시 내버려두고 핸드폰으로 답장을 보냈다.


‘ ㅎㅎㅎ 그렇게 보여? ‘

‘ 묘하게 색기가 흐르는 게 건드리기만 해도….ㅋㅋ ‘

‘ 아. 정말? ㅋㅋㅋ ‘


아름이 색기가 도는 이유는 노팬티에 팬티스타킹만 신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오늘 아름은 뭔가 다르다. 말도 잘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감정이 예민한 날인 것 같았다. 그게 과연 노팬티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핸드폰을 내려놓은 병호는 아름의 빈 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 어때요? 매일 늦게까지 회사에만 있다가 일찍 나와서 한잔 하는 거.
꼭 학교 땡땡이치는 거 같지 않아요? 하하하 “

“ 호호호. 네, 꼭 땡땡이치는 거 같아서 색다른데요?
술 마시는 게 딱히 색다른 건 아닌데 이상하게 오늘은 즐겁네요~ ”

“ 원래 일탈이라는 게 말이 무섭지 별거 아니더라구요. “

“ 이 정도에 무슨 일탈이라고요. 호호~ “

“ 일탈이란 말에 너무 무게 실을 필요는 없어요. 그럼 나쁜 짓 하는 거 같잖아… 킥킥.
그냥 일상에서 벗어나면 일탈이죠. 지금처럼. 안 그래요 ? “

“ 그렇네요! 호호호~ “

“ 그럼 지친 나를 위해 건배~ “

“ 건배~! “


아름과 이야기를 하며 마신 술은 벌써 반 이상 비워졌다.


“ 그러면 부장님은 어떤? 어떤 일탈을 즐기시나요? “

“ 하하하. 그냥 활력소라고 하죠. 음…. 글쎄요. 요즘은 매사에 질려서 딱히 없네요. “

“ 뭐예요…. 특별한 게 있으신가 해서 기대했는데~ “

“ 하하하. 이거 미안한데요….? “

“ 요즘은 다들 여자친구들 하나 정도는 만드시던데 한 부장님은 없으세요? “

“ 어이쿠~! 갑자기 몸쪽에 꽉 찬 돌직구를 던지시네~ “

“ 어머? 피하시는 거 보면 뭐가 있으신 가본데요? 오늘은 특별히 제가 못 들은 척 해드릴게요. 훗훗~ “

“ 맨정신엔 안 되겠으니 다시 한잔 더~ 짠~! “

“ 짠~ “


어떻게 이야기를 슬슬 몰아갈지 궁리하고 있던 병호는 마침 잘 되었다 생각했다.
이젠 조금은 과감할 필요가 있었다.


“ 사실은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죠. “

“ 아직 사귀시는 건 아니고?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네요. 제가 아는 사람인가요? “

“ 글쎄요 아는 사람 일라나…? 하하 “

“ 뭐예요…. 갑자기 빼시고. “

“ 아직 넣지도 않았는데 뭘 빼요…? 킥킥킥~ “

“ 네? 푸훗~! “


아름은 웃음을 소리죽여 참았다.
아저씨 개그라도 껄끄러워 하지 않는 모양이 오늘은 정말 뭔가 될 듯하다.


“ 아 미안해요. 내가 술이 좀 취했네…. 이런 말이나 하고…. “

“ 너무 말씀이 심하신 거 아녜요? 미안하시면…. 벌주 한잔하세요! ”


짐짓 화난 체하며 표정을 굳히는 아름은 이미 얼굴이 발그레하다.
병호는 아름 몰래 슬쩍 술 대신 물을 마셨지만 별말이 없는 거 보니 취하긴 취한 모양이다.


“ 대신 오늘 들은 이야기는 우리만 아는 거예요. 오케이?”

“ 오케이~! 짠~! “


[ 챙~ ! ]


“ 회사일 땜에 아는 사람이에요. “

“ 음…? 전 모를 거 같은데요? “

“ 하하 아름 씨는 사무실에만 있으니 잘 모를 수도 있죠. “

“ 호호…. 뭔가 김빠진 느낌인데요? 뭐 괜찮아요.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으셨어요? “

“ 그 여자 분이 정말 다리가 예쁘거든요. 뭐랄까 처음에는 그다지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보면 볼수록 예쁜 거예요. 근데 한 번 그렇게 생각이 되고 나니까 그분이 점점 좋아지더라구요“

“ 오~ 그래서요? “

“ 그런데 같이 일하는 입장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잖아요. 잘못되면 껄끄럽기도 하고….
그래서 그 감정 혼자만 가지고 있자 했죠. “

“ 그 여자분은 부장님이 맘에 두시는 거 모르시고요? “

“ 아마 모를걸요? 전혀 티 안 내려고 노력했거든…. “

“ 에이…. 그래도 설마 모를까요? 사람 맘이라는 게 감춘다고 티가 안 나는 게 아닌데요. “

“ 하하하. 그 여자 분이 제게 관심이 없나 부죠. “

“ 호호 그렇다고 자폭하실 필욘 없다구요~ 그래서 맘 접으셨어요? “


병호는 잠시 텀을 두고 술잔을 손에 들었다.


“ 맘 접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

“ …. 쉽지는 않겠죠…. 그 여자분은 기혼이시고요? “

“ 네. 유부녀죠. 그리고 저도 결혼했고…. 그래서 맘 접으려고 했던 거예요. “

“ 요즘 보신 분인가 봐요? “

“ 본 지 한 달 조금 넘었네요. “

“ 보신 지 얼마 안 되셨네요? “

“ 후후. 네. “


‘ 당신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한 건 한 달 정도 되었지…. 네가 거기를 보여준 날부터…. ‘

병호는 속마음이 입 밖으로 나올까 싶어 술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 아쉬우셨겠어요…. 그럼 그분 이제는 잊으신 거예요? “

“ 그러려고 했죠…. 근데 일이 있었어요. “

“ 무슨 일이요? “

“ 아 그게…. 음…. “


병호는 말하기 주저하는 척하며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아름은 답답한지 보채기 시작했다.


“ 아 부장님 빨리요. 오늘은 오프 더 레코드. 우리만 아는 날 하기로 했잖아요. “

“ 그렇긴 한데…. 괜찮을까 모르겠어요…. 하하…. “

“ 안 괜찮을게 뭐가 있겠어요~ 어머…. 혹시 두 분…? “

“ 에이~ 아니야~ 아직 그런 거 아니에요. “

“ 전 또…. 후훗…. 그럼 무슨 일이 있으셨는데요? “

“ 같이 어디 좀 갈 일이 있어서 이동하다가…. 그분이 계단에서 다리가 꼬여 넘어지셨어요. “

“ 어머! 다치신 거예요? “

“ 아니…. 그게 아니라 다친 건 아닌데…. “

“ 그럼요? 아 부장님~ 뭐예요~! 궁금하게만 만드시고! “

“ …. 쩝…. 그게 그분이 넘어지셨는데 “

“ 네. 그런데요? “


병호는 아름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 치마가 말려 올라가서 본의 아니게 보였는데…. 그분이 팬티 스타킹 안에 아무것도 안 입으셨더라고요.”

“ !! “


아름은 깜짝 놀란 눈을 하고는 이내 병호의 눈을 피했다.
얼굴이 정말 터질 듯이 빨개지고는 물을 마시며 진정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병호는 그런 아름을 못 보았다는 듯이 술을 마시며 태연하게 이야기했다.


“ 그게 의도치 않았던 일인데 이상하게 그 뒤로 사이가 서먹해져서 이야기조차 힘들더라고…. “


아름은 병호의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안절부절못하며 물을 마시고는 있지만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아 보인다.


“ 어…. 아름 씨. 내가 너무 당황스럽게 했나요? 괜찮아요? “

“ 네?! 네네! 괜찮아요. 그게 갑자기 술이 올라서 그런…. 거 같아요. 진짜 괜찮아요. 네네…. “

“ 아니…. 얼굴도 많이 발개져서…. 어느정도 마시긴 했는데 괜찮은 거 맞죠? “

“ 네! 괜찮. 괜찮아요. 저….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


아름은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 갔다.
병호는 아름이 화장실로 사라지는 걸 보곤 킥킥대며 술을 한 잔 털어 넣었다.


“ 어때요? 오늘 로맨틱한 밤이 될 거 같아요? 훗훗 “


주희가 보조석에 앉으며 물어왔다.


“ 될 거 같기도 하고 그러네? 킥킥킥. “


병호는 낮에 있던 일을 주희에게 간단히 이야기해 주었다.
자신이 자위하다가 들킬 뻔한 이야기는 빼고.


“ 호오~ 이제 아름 씨가 저 화장실을 나오면 어떨지 알겠네요. “

“ 나오면 알 수 있다고? 어떻게? “

“ 만일 나와서 자리 정리하고 빨리 가자고 하면 상황 종료고요. 그게 아니고 평정심을 찾았으면
조금 더 간 보고요. “

“ 아 그래…? 괜히 떠봤나? 아름 씨 성격 칼같은 사람이라 확 정리할 것 같은데….? “


주희는 갑자기 아름이 두고 간 가방을 열어 그 안을 살펴보았다.


“ 어우 야! 뭐하니.?! “


주희는 가방 안에서 아름이 벗어놓은 검은색과 어두운 보라색 팬티를 찾아내곤 병호에게 내밀었다.


“ 빙고~! 골라요. 둘 중 하나만. “

“ 응?! 야야..! 이게 뭔 짓이야. “

“ 둘 다는 안되고 하나만. 빨리요. 아름 씨 나오셔요. “


병호는 살펴볼 겨를도 없이 팬티 한 장을 주희의 손에서 낚아채서 주머니에 쑤셔 넣었고
그동안 주희는 아름의 가방을 정리했다.

아름이 화장실에 나와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울리며 자리로 돌아왔다.
주희는 일어서며 병호의 귓가에 한마디 했다.


“ 그걸로 입 막고 박아버려요. 아름이 보지 이미 축축할 걸요? 질질? 킥킥…. “


주희는 생긋 웃고는 자리를 떴다.
병호는 아름이 앉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일어섰다.

화장실 문을 닫고 주머니에 든 물건을 꺼낸 병호. 보라색 팬티다.
아름의 속옷 취향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이 팬티도 과감했다.
면적이라곤 앞부분 뿐이고 나머지는 레이스로 처리되어 말아쥐면 여자의 손에라도 쏙 들어갈 듯 작았다.
조심스레 펴보니 팬티의 가랑이 사이에 무언가 말라붙은 자국이 있다.
여기저기 살펴보면 병호는 이내 아름의 팬티를 말아쥐고는 코를 박고…. 숨을 들이마셨다.

벗은 지 오래되었지만, 아름의 체취가 나는 것 같다.
여자의 향기.

화장실에 너무 오래 있던 것 같다.
팬티를 말아 주머니에 넣고는 손을 씻고 자리로 돌아왔다.


“ 저기…. 부장님 이제 일어날까요? “


아…. 젠장. 상황 정리인가?


<< 7부 끝 >>



ps - 8부에선 할 겁니다. 아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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